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 버릇
이명선
내려다볼 수 있는 미래는 먼 미래로 가야 볼 수 있을까 말린 과일을 접시에 담으며 먼저 늙겠다는 네가 어느 순간 늙어 시계가 걸린 벽을 바라보았다 너의 테 없는 안경을 쓰고 양 떼가 이동 중인 초원을 거닐 수 있다면 움트는 새벽을 맞게 될지도 몰라 그건 그간의 일에 슬픔이 빠지고
사람의 손을 네가 먼저 덥석 잡아 줄 리 없으니 내가 아는 너와 지금의 너는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다시 너에게 오는 사람이 지금의 너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나는 살갑게 네가 올려다볼 세상을 상상하면서 조금 더 늙어 버려 식탁에 앉아 말린 과일을 놓고 생애주기가 다른 바다생물 이야기에 벌써 눈부신 멸망을 본 듯 말하고 있다
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 버릇을 우린 아직 버리지 못해서
-전문-
해설> 한 문장: 요컨대 이명선 시인은 시가 도착해야 하는 지점이 바로 '안부'와 '위로'를 묻는 일이라 여기는 듯하다. 더구나 이명선의 시에서 '안부'나 '위로'는 당신에게 묻거나 스스로 말하지 않는 순간에도 흐르는 물같이 자연스럽게 (시 안에) 스며 있다.
우리가 속한 세계를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눈다면 미래는 상상이 가능한 미래와 더 먼 미래가 존재하고, 이 가운데에 너와 나 사이에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아주 먼 미래, 그보다 더 먼 거리가 행성처럼 떠돈다. 그러므로 '다 끝났다'는 것은 (도무지) 완성이 아니라 당연하게도 포기나 절망에 가깝다. 절망한 자는 '버릇'처럼 포기抛棄를 반복한다. "눈부신 멸망"으로 환원된 늙어 버린 시간 속에 그들은 "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 버릇"을 안고 절망하며 살아간다.
그러므로 시와 시 바깥에는 모두의 안부安否를 묻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의 속수무책이 이명선의 시에, 시로, 우리 곁에 지금 가까이 와 있다. 이명선의 시는 안부를 묻는 시간 속으로 스며 있다. (p. 시 39/ 론 135) (전해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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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 버릇』에서/ 2022. 6. 3. <걷는사람> 펴냄
* 이명선/ 충남 홍성 출생, 2017년『시현실』 & 201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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