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숏텀 피드백 시대의 문학(부분)/ 박인성

검지 정숙자 2022. 6. 13. 02:12

 

    숏텀short-term 피드백 시대의 문학(부분)

 

    박인성/ 문학평론가

 

 

  취미와 연애처럼 삶에 있어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롱텀 피드백 문화는 우선순위에서 멀어지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반면에 요즘에는 젊은 세대들까지도 비트코인이나 주식과 같은 재테크에 몰두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내 생각에 이러한 세태는 딱히 재테크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도 오히려 오액을 투자하더라도 그래프의 변화로 빠르게 오르내리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에 가깝다. 비트코인과 주식이야말로 숏텀 피드백 문화의 가장 극단적인 세계이자 취미 엇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취미인 셈이다. 그렇다면 새감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엇다. 모든 것이 빠르게 반응하고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어야만 의미를 획득하는 시기에 문학의 의미와 쓸모란 무엇일까.

  근대문학을 포함하는 본격문학에 있어서 소설로 대변되는 이야기 형식은 사건과 사건의 연결을 통해 시작에서 결말에 이르는 긴 통사론적 연결이다. 따라서 본격문학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롱텀 피드백 중에서도 느린 속도의 장르라는 사실은 너무나 분명하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이러한 숏텀 피드백의 추세에 맞춰가기 위한 자구책이 소위 '엽편葉片' 혹은 '장편長篇' '미니 픽션' 등으로 시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야기의 길이를 줄이고 소설이 제공하는 정보의 인풋(Input)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엽편이나 미니픽션 고유의 이야기 형식이나 특유의 개성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p.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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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파 MUNPA』 2022-여름(64)호 <권두언 > 에서

  * 박인성/ 문학평론가,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비평 부문 등단, 현) 부산가톨릭대학교 인성교양학부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