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中
진실, 착각의 효과와 문인의 언어(부분)
강기옥
『삼국유사』에는 '대중의 언어는 쇠를 녹인다'는 중구삭금衆口鑠金의 금언이 수로부인 이야기에 나온다. 중구衆口는 어려운 일도 헤쳐낼 수 있는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교훈이다. 그런데 요즈음의 중구는 모함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중지衆智를 모으는 지혜의 통로로서의 중구가 오히려 막기 어려운 중구난방衆口難防이 되었다.
언어의 자유는 곧 표현의 자유다. 그러나 상대방의 인격을 훼손하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것은 모순이다. 자기도 그렇게 당할 수 있는 부메랑이 표현의 자유다. 많은 사람의 말은 쇠를 녹이는 힘이 있는 반면 뼈마디도 갈아버리는 무서운 기능도 있다. 적훼쇄골積毁鎖骨, 또는 적참마골積讒麻骨이 그것이다.
공격성 댓글에 시달리다 극한 선택을 해도 누구 하나 벌을 받지 않는다. 익명성의 보장이 곧 무자비한 표현의 자유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으로 사회 발전을 위한 공론의 장이자 여론을 모으는 구실이 앞서야 한다. (p.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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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온문학』 2022-봄(31)호 <권두언>에서
* 강기옥/ 한국문협유적탐사연구위원장, 서초문화대학 문화해설사 지도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서초문인협회 회장, 『가온문학』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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