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배기
조현순
한 올 깜빡하고 짜 올린 스웨터
빠진 코 하나가 삐딱하게 걸려 멀쩡한 올이 뒤틀어졌다
짜 올라간 목덜미 근처가 꼬여 모양이 어색하다
그냥 못 본 체 실을 걸어 한 줄 올리는데
내 눈은 자꾸 꽈배기를 만든다
조금만 더 뜨면 괜찮아질까
한참 망설이면서 꼬였던 마음을 어루만졌다
살다 별일 아닌 것 가지고 다투고
어긋나기 시작하면 줄줄이 꼬인다
대바늘 세워 상대의 가슴도 겨누다가
서로 틀어지고 꼬이면서 꽈배기가 된다
엉킨 마음 풀어볼까 망설이지만 하루 지나고
열흘이 지나면 서로 다른 옷이 되려고 한다
두 바늘이 실을 걸어 만나고 헤어지면서
서로에게 무늬가 되어준다
너 없으면 짝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고집을 부린다
서로의 마음을 풀고 짜고 틀면서 꽈배기를 만드는 일
어쩌면 생은 한 올 줄무늬를 그려 넣고
꽈배기를 만들면서 끝없이 짜 올리는 스웨터인지 모른다
--------------
* 『문파 MUNPA』 2022-여름(64)호 <시마당> 에서
* 조현순/ 2000년『예술세계』로 등단, 시집『얼음의 몸살』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묵백(墨白)/ 조용미 (0) | 2022.06.13 |
|---|---|
|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10/ 정숙자 (0) | 2022.06.12 |
|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9/ 정숙자 (0) | 2022.06.11 |
| 라병훈_전일성(全一性)의 서정 미학(발췌)/ 비금도 : 김동수 (0) | 2022.06.11 |
| 목수/ 이현복 (0) | 2022.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