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묵백(墨白)/ 조용미

검지 정숙자 2022. 6. 13. 02:34

 

    묵백墨白 

 

    조용미

 

 

  왜 모든 것은 반복되는 것일까 왜 모든 감각은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것일까 이 별의 모든 것들은 왜 끊임없이 서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일까 반복되는 삶이 지루하지 않고 무시무시하다

 

  인간은 반복되는 존재다, 라고 말해도 겸손을 위장할 수 있을까 어느 생에선가 내가 살아낸 적 있는 삶을 당신이 지금 왜 똑같이 살아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가장 무서운 형벌은 반복을 반복하는 것

 

  오래전 내가 살았던 삶은 지금의 삶과 너무 다르지만 결국 같은 것을, 당신과 내가 다음 생에도 무언가 이상한 일을 반복하리라는 것을, 그러기 위해 꼭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을

 

  검고 희고 붉고 푸르고 밝고 어두운 것들의 세계에 들어 회오리치며, 당신과 나는 여러 생을 지나도록 만나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반복을 기다리고 여러 생이 지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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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파 MUNPA』 2022-여름(64)호 <이 계절의 시인/ 대표시> 에서

  * 조용미/ 1990년『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기억의 행성』『나의 다른 이름들』『당신의 아름다움』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