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전주역 외 1편/ 차옥혜

검지 정숙자 2022. 6. 12. 02:17

    전주역 외 1편

 

    차옥혜

 

 

  내 고향 전주역 승강장엔 언제나

  대학 입학을 위해 처음 고향 떠나는

  나를 배웅하는 젊은 어머니가 서 있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척이는 마음 숨기고

  의연한 척 웃고 있는 나의 등을

  말없이 쓰다듬고 또 쓰다듬으며

  꽃샘바람에 옷고름과 치마폭을 펄럭이는

  매화 같은 어머니

  기차가 도착하자 재빨리 짐을

  좌석 위 선반에 올려주고 내려가

  차창 아래서 눈물을 글썽이던 어머니

  기차가 아득히 사라지도록 

  발길 못 돌리고 장승처럼 서 있던 어머니

  어머니의 가슴에 출렁이던 소리 없는 말들

  또렷이 들려와 나를 울리는

  전주역 승강장엔

  나를 보내면서 이내 나를 기다리는

  어머니가

  늘 나의 지표로 서 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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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전염 1

          중국

 

 

  코로나19 통제 대응을 위하여 중국 우루무치 신장의과대학에서 우한으로 긴급 파견된 한 젊은 의료진이 부인의 이마를 맞대고 작별 인사를 하는데, 남편의 눈을 차마 마주 보지 못한 부인의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

 

  봉쇄된 우한의 환자들을 돌보려 사스 때도 최전선에서 환자를 보살핀 84세 중국의 국민 의사가 밤 기차를 타고 간다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존재와 위험성을 최초로 말했다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정부의 탄압을 받은 34살 의사 리원량이 환자를 돌보다 감염되어 죽기 전 남긴 유서

  "가야 할 시간, 배웅하는 이 없이/ 눈가에 눈송이만 떨어진다/ 온 힘을 다했어도 등불을 켜지 못했다/ 연약한 인간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약서 한 장에 나의 기개는 죽었다/ 내 묘지명은/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해 말했다'/ 이 한마디로 충분하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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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호밀의 노래』에서/ 2022. 5. 30. <현대시학사> 펴냄   

  * 차옥혜/ 1984년『한국문학』으로 등단, 시집『깊고 먼 그 이름』『허공에서 싹 트다』『식물 글자로 시를 쓴다』『말의 순례자』외 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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