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나비 외 1편
이채민
여기엔 나뿐이야
눈이 먼 보르헤스는 이미 죽었지
비바람에 찢어지는 날개, 더 이상 내겐 없어
한 움큼의 비늘을 벗겨내고
더듬이는 가슴이 따뜻한 겨울 꽃을 찾아냈지
때때로 재를 뒤집어쓰고
어둠 속에 갇혀있던 나의 심박동을
봄여름 가을겨울이 읽고 갔어, 남김없이
이제 죽어라 날지 않아도 돼
바벨탑은 무너졌고 마지막 빛도 아우성도 모두 뛰어내렸지
들릴까?
한 생을 날아온 날개가 북방의 어느 별에게
초인종을 누르고 있는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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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연인들
한 철을 접시 위 종점에서 보냈다
까맣게 몰려드는 구름에게 사방의 벽을 내주면
까마득한 연인들이 피어난다
남자의 잠 갈피갈피에서 저승꽃이 피는데
장미의 향기로 읽는 여자
우리는 그녀에게
푸른 장미*를 안겨주고 장마는
흩어지지 않는 우리들의 접시가 된다
젊은 아버지의 사진을 희망처럼 안고 잠든
늙은 엄마는
오래도록 뒤척이지 않았고
우리는 늙은 연인들을 덮고 자고 먹었다
오래된 연인들이 떠나고
붉은 고드름이 자랐다
잡초보다 빨리 자랐다
살아서 자라나는 모든 것들은
더 이상 달콤하지도
상냥하지도 못한 채
까마득한 연인들과
멀어져 간다
-전문-
*포기하지 않는 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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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까마득한 연인들』에서/ 2022. 5. 30. <현대시학사> 펴냄
* 이채민/ 충남 논산 출생, 2004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동백을 뒤적이다』『빛의 뿌리』『오답으로 출렁이는 저 무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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