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밟기 외 1편
지연
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촌이 사채에 쫓겨 자살했습니다 보름날 매미 소리가 공중에 꽉 차서 그 소리에 내가 눌려 죽겠구나 싶습니다 울음을 한 홉 퍼서 땅에 심어줄까 합니다 손으로 흙을 긁는데 풀뿌리가 엉킵니다 땅 위의 것들과 당신은 그림자밟기를 합니다 당신이 나를 밟고 나는 당신을 밟고 빛일 때는 잡지도 않았는데 그림자만 잡아서 미안합니다 당신도 당신 그림자가 도망가서 마음이 어지럽습니까 가끔 그림자가 자신을 삼키지 못하도록 가만히 서 있는 날도 있습니까 달빛 아래 당신 그림자를 밟고 내가 도망가거든 무심하게 그림자를 밟아 주세요 나는 내 그림자가 무섭습니다 달개비도 푸른 머리를 뒤로 넘기는 곳에 발을 넣습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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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발 내려놓을 힘으로
미나리 잔뿌리 같은 눈물이 흐르는 날 있어
슬픔의 대궁에 금이 그러지는 그런 날 있어
뼈마디마다 체온은 슬픔에 관여하지
몸은 누인 어둠을 씻어 내다가 돌 하나를 호주머니에 넣는다
돌이 신전의 돔 같아서 호주머니는 창문도 없이 슬픔을 보존한다
간신히 오리발로 말해도 온전히 오리발이 되어 들어준다
어죽에 손을 넣고 살을 으깨며 생선 가시를 발라내듯이
기도 없는 기도 악수 아닌 악수 용서 아닌 용서로
돌을 만진다 아라베스크 당초문을 그리며 만지는 돌은
신의 단단한 눈물, 강으로 가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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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내일은 어떻게 생겼을까』에서/ 2022. 4. 15. <실천문학> 펴냄
* 지연/ 1971년 전북 임실 출생, 2013년『시산맥』으로 등단, 시집『건너와 빈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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