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문효치_채근담에서 시의 길을 묻다(발췌)/ 주천강가의 마애 : 신경림

검지 정숙자 2022. 6. 9. 03:06

 

    주천강가의 마애

 

    신경림

 

 

  다들 잠이든 한밤중이면

  차디찬 강물에 손을 담가 보기도 하고

  뻘겋게 머리가 까뭉개져

  앓는 소리를 내는 앞산을 보며

  천년 긴 세월을 되씹기도 한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논틀 밭틀에

  깊드린 흘린 이들의 피는 아직 선명한데

  성큼 성큼 주천 장터를 들어서서 보면

  짓눌리고 밟히는 삶속에서도

  사람들은 숨 가쁘게 사랑을 하고

  들뜬 기쁨에 소리 지르고

  뒤엉켜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참으려도 절로 웃음이 나와

  애들처럼 병신걸은 곰배팔이걸음으로 돌아오는 새벽

  별들은 점잖지 못하다

  하늘에 들어가 숨고

  숨 헐떡이며 바위에 서둘러 들어가 끼어앉은

  내 얼굴에서는

  장난스런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

 

    채근담菜根譚에서 시의 길을 묻다(발췌) _문효치/ 시인 

    채근담의 저자 홍자성은 명나라 말기의 사람이다. 그는 청렴한 사람으로 가난한 가운데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변변히 벼슬도 하지 못했으며 부유하게 살지도 못했다. 그의 철학과 인품에서 우러나온 채근담은 그래서 우리의 삶의 지침이 되고 지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선각자의 지혜의 샘은 우리 시학도들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줄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의 시학도가 시적에 끌어다 지침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 눈에 띄었다. 다시 말해 시작의 길을 여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 

  홍자성은 문학도도 시론가도 아니다. 어찌 보면 철학도라 할 수 있다. 老壯과 불교는 물론 유교적 사상까지도 포괄하여 금언으로 써내려간 말들이 채근담이다. 비록 시를 향하여 던져준 말이 아니라 하더라도 눈여겨보고 귀기울여 보아야 할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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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되면 바위에 새겨 붙어 있는 부처가 그 견고한 바위로부터 몸 비틀어 빠져나와 인간들이 하는 이런저런 행위를 한다, '차디찬 강물에 손을 담가 보기도 하고', '성큼 성큼 주천 장터를 들어서' 보기도 한다. 거기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별들이 사라지는 새벽이 오면 '애들처럼  병신걸음 곰배팔이 걸음을 장난스럽게 흉내 내면서 낄낄대며 '바위에 서둘러 들어가 끼어 앉'는 부처의 모습이 해학적 서민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p. 시 42- 43 | 론 37 // 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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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인』 2021-07월(02)호 <특집 2  미당문학회 정기수련회> 에서

 * 문효치/ 전북 군산 출생, 1966년 ⟪서울신문⟫ &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바위 가라사대』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