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가계도
권위상
우리 집은 항상 밝았다
아버지도 삼촌들도 모두 대머리였다
모여 저녁식사 때는 휘황찬란했다
듬성듬성하지만 큰삼촌은 모발 이식을
늘 거울 앞에서 서성대는 둘째 삼촌은 가발을
소설 쓰는 막내 삼촌은 아예 겉머리마저 밀고 다녔다
아버지는 그야말로 정통 대머리
출근하실 때면 구두코처럼 반짝거렸다
아침마다 콩나물 통에 물을 주시는 할머니
콩나물 머리를 가지런히 만지시며
알아듣지 못할 말로 중얼거리신다
그러는 할머니를 꼭 껴안는 삼촌들
밤마다 정화수를 떠다 놓고
두 손 빌며 기도하시는 할머니
내가 잠들었을 때 내 머리에 정체 모를 액체를 바르신다
가끔 할머니가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는 이유를
나는 안다
당신 닮으면 어떡하지
삼촌들처럼 장가 못 가는 거 아냐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지청구하는 소리를
방 밖에서 은근슬쩍 들은 적이 있다
맞다 아버지의 말씀이
머리카락 좀 없으면 어때 인성이 좋아야지
오늘 아침 머리 감을 때
고개를 숙이고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머리숱이 줄어들고 있었다
휴가가 끝나고 부대로 복귀하는 날
할머니를 꼭 껴안아드리고 문을 나왔다
속으로 나는 괜찮다고 다짐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위의 시의 도입부는 "우리 집은 항상 밝았다"로 경쾌하게 시작된다. 이후의 시어들을 읽어 가다 보면, 그 밝음의 내력이 드디어 밝혀지는데,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시적 상황 자체는 사실 어떤 절박감을 띠고 있다. 큰삼촌의 모발 이식, 둘째 삼촌의 가발, 막내 삼촌의 밀어버린 머리는 그런 개인적 절박감을 잘 보여준다. 더구나 잠든 "나"를 바라보며 "삼촌들처럼 장가 못 가는 거 아냐"라는 어머니의 "지청구"는 그것을 가장 높고 크게 고조시킨다. 그런데 이 시의 매력은 이런 가족들의 절박한 상황은 그것 그대로 드러내되 이에 대한 가치평가로부터 거리를 두고, 어떠한 감정이입 없이 객관화하여 서술하는 시인의 태도에 있다. 시의 내적 상황은 당사자들에게는 자못 절박한 상태인데, 짐짓 그것을 타인의 일인 양 거리를 두고 시인이 서술을 하다 보니, 이 미적 '거리'에 의해서 파생되는 유머와 삶에 대한 관조가 흔쾌한 온기를 그것을 읽는 독자에게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p. 시 22-23/ 론 145) (이명원李明元/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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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마스카라 지운 초승달』에서/ 2022. 5. 24. <푸른사상사> 펴냄
* 권위상權位相/ 부산 출생, 2012년『시에』로 작품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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