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은 색실누빔으로 작약을 키운다
지연
매미가 공중을 0.4밀리 간격으로 바느질한다
맴, 맴, 맴, 매에 엠 실을 쭈욱 잡아당기면
수만 송이 작약이 매미 목구멍에서 오므라졌다가
공중에서 한 땀씩 피어난다
마음이 어두워질 때마다 매미는
골무를 끼우고 울음의 간격을 지킨다
매미가 울어서 숨이 턱 막힌다는 것은
붉은 작약이 공중 가득 박음질되었다는 말
저놈의 매미 때문에 짜증난다는 것은
작약 속에 살아있는 숨들이 말더듬이로 걸어가고 있다는 말
울기 위해 자기 몸을 비워 놓은 매미의 공명통이
색실누빔으로 작약을 키운다
잠시 나무라는 지상에 붙어 적막을 깨트린다
여러 색깔의 울음을 만개하면서 우리는 이 세상을 누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수를 놓듯 매미 울음을 묘사하는 작품은 이미지의 치환을 통해 또 다른 이미지를 창출하는 상상력을 보여준다. 청각을 바늘땀으로 시각화하는 솜씨가 우선 고상하다. '실을 쭈욱 잡아당기'는 모습으로 울음소리를 뜨는 비유도 예사롭지 않지만 "수만 송이 작약이 매미 목구멍에서 오므라졌다가/ 공중에서 한 땀씩 피어난다"의 이미지는 아주 참신하고 섬세한 언어 감각이다. 여기서 매미 울음은 뜨겁고, 작약에 붉은 색채를 입히면 '뜨거움'과 '붉음'의 정서적 연상이 가능하다. 매미 울음을 작약으로 형상화한 알레고리를 통해 화자의 의도를 유추해나갈 수 있다. 이처럼 대상의 감각적 인상뿐 아니라 주제를 암시하는 추상적 관념까지 제시하는 것이 곧, 상징적 이미지의 표상이며 그와 같은 방법론에 치중하여 텍스트를 이끌어나가는 특징이 지연 시인의 정체이기도 하다. (p. 시 34-35/ 론 129) (김유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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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내일은 어떻게 생겼을까』에서/ 2022. 4. 15. <실천문학> 펴냄
* 지연/ 1971년 전북 임실 출생, 2013년『시산맥』으로 등단, 시집『건너와 빈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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