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우리는 아직 멀었다 외 1편/ 권위상

검지 정숙자 2022. 6. 1. 02:45

 

    우리는 아직 멀었다 외 1편

 

    권위상

 

 

  아파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렸다

  동네에 자폐 학교가 들어선다 했다

  더러는 분개하고 누구는 팔을 걷어붙였다

  공청회에서 사람들은 현수막을 들고 떼지어 몰려왔다

  단상을 점거하고 드러눕고 난장판이 되었다

  그때 대여섯 여인들이 무릎을 꿇었다

  울면서 잘못했다 용서해달라 도와달라 했다

  흥분한 사람들은 그들에게 삿대질했다

  집값 떨어진다

  다른 데도 많은데 하필 여기야

  아이 엄마들은 눈물 흘리며 빌고 또 빌었다

  이 틈을 타 지역 국회의원은 그 자리에

  한방병원을 짓겠다고 공약했고 재선에 성공했다

  결국 학교는 들어서지 못했다

  아파트 값은 아이들의 교육보다 틀림없이 위에 있었다

  나와 조금 다른 아이들을 허용하는 건 있을 수 없었다

 

  아이 엄마들은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원래 그랬기 때문에 실망 좌절 이런 단어는

  쓸데없는 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저 하늘 지나가는 구름이 잔뜩 찌푸렸다

  먹물을 뿌렸다

  아이의 얼굴을 꼭 껴안았지만 불안했다

 

  마감 뉴스에

  엄마가 아이를 안고 투신했다는 비보

  우리는 아직 멀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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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문

 

 

  목포 유달산 기슭에는 히틀러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수많은 희생자를 낸 전쟁의 주범 히틀러 그가 어떻게 유달산에 묻혀 있는지 소문만 분분하고 그 소문조차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얼마 전 히틀러의 제사가 있었다. 은밀히 모인 그들은 히틀러를 존중해서가 아니라 그 유해가 여기까지 흘러온 것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일 년에 한 번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그들이 두 손 모아 절을 하는지, 손을 뻗어 하일, 히틀러 하고 외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생전에 채식주의자였던 그를 위해 제사상에는 채소가 가득했다고 한다. 

 

  히틀러 제삿날 엄청나게 비가 쏟아졌다. 산 일부가 잘려나가고 하산하던 그들 중 하나는 무너지는 흙더미와 함께 굴러 병원 신세를 졌다고 한다 그는 참석자 중 누군가가 마음이 경건하지 못해 노여움을 산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유럽에는 발 디딜 수조차 없던 히틀러의 시신은 원래 동맹국 일본으로 몰래 옮기려 하다 미 해군에 발각돼 쫓기던 중 목포 인근으로 간신히 상륙해 유달산까지 오게 되었다고 설명하는 그의 표정이 너무도 진지했다. 지금도 비가 많이 오면 유달산의 숲은 히틀러, 히틀러 하고 소리 낸다고 한다.

 

  그래서 소문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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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마스카라 지운 초승달』에서/ 2022. 5. 24. <푸른사상사> 펴냄   

  * 권위상權位相/ 부산 출생, 2012년『시에』로 작품 활동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