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프라하, 함흥
이홍섭
카프카는
살아서 프라하를 떠나지 않았다
뾰족탑의 이끼와
겨울 안개가
그를 기억한다
내곡동 지나
보쌀 지나
남대천 둑방을 따라
바다로 간다
안목에 가면
바다가 둥지고 바다가 무덤인
갈매기들이 산다
-전문-
▶ 시의 영토_'고향'에서 '우주'까지(발췌) _전해수/ 문학평론가
이홍섭의 첫 시집 『강릉, 프라하, 함흥』(1998)은 시 「강릉, 프라하, 함흥」을 시집의 제목으로 삼고 있다. 시 「강릉, 프라하, 함흥」에는 정작 시제가 된 장소에 대한 구체적 묘사는 없지만, 강릉은 이홍섭의 고향이고 프라하는 카프카의 고향이며 함흥은 백석의 고향이란 걸 알 수 있다. 이홍섭 시인이 나란히 줄 세운 장소로 강릉, 프라하, 함흥은 바로 시인 자신과 카프카, 백석 시인의 "둥지"와 "무덤"을 상징하면서, 고양의 시적 영향력을 환기한다. 어찌 버면 시인의 탄생과 성장은 '고향'에서부터 이미 그 "둥지"를 튼 것이고 마침내는 그곳으로 되돌아와 시적 새계가 완성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른바 함흥을 이해하면 백석 시어의 원천을 알 수 있고, 프라하의 역사를 더듬어 가면 카프카 문학의 원류를 만나게 되며, '강릉'은 시인 이홍섭 시의 배경이자 이세계가 움튼 장소인 것이다. 이홍섭 시인의 위 시를 통해 자신의 시적 출발이 백석과 카프카로부터 영향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강릉의 위상을 프라하, 함흥과 동등하게 배치한다. 또한 '기억한다, 간다, 산다'와 같은 서술어를 아용하면서 강릉, 프라하, 함흥의 장소성이 시인의 시적 인식의 터전을 원천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p. 시 40-41 | 론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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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인』 2021-07월(02)호 <기획 특집/ 공간과 상상>에서
* 전해수/ 2005년 『문학·선』으로 평론 부문 등단, 저서『목어와 낙타』『비평의 시그널』『메타모포시스 시학』『푸자의 언어』등, 현)상명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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