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양균원
큰물이 지기까지
굴러온 것들이 굴러간 것들 자리에 나앉아 있어요
박힌 것들보다 뽑힌 것들이 더 평화로운
돌멩이들의 낙원이지요
길 아닌 길
그 마른 천을 걸으면
싹싹한 말발굽 소리가 올라와요
물살에 쓸려 한밭을 이룬 숱한 응집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자그락, 자그락
깨문 입술이 짧게 열렸다 닫히는
파열음이 이어져요
넘어지면 눕고 누우면 뒹구는 자갈들의 시간이
날 받치고 나아가게 해요
반쯤 무시하면서
슬쩍 수인사라도 건네듯, 발목을 당겨요
잠시 남은 자들도
먼저 떠난 자들 못지않게 모퉁이가 닳았으니
내 발길이 친족의 귀환인 줄 직감했을 터
자잘한 것들이 둥글게 깨어나 마찰을 전율하는
자갈, 자갈이 다정하게 다가와요
연푸른 하늘이 땡볕에 타는 공간의 흐릿
막막하고 은은하게 엔딩 크레딧이 증발해요
큰물, 그 이후에서
하얗게 달궈지는 자갈길을 걸어요
둑까지 쓸려온 토사에는
야생초가 자리 잡지요
그 여름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손차양 두른 채 지켜봐요
탁하게 넘실대던 물색이 촐랑촐랑 투명해져 가는
그 여름이 어느 여름으로
다시 아무 여름이나로 마구 넘치고
다시 그렇게 말라가는 물살 가장자리에서
돌밭을 매고 있는, 엄니
모든 햇살이 당신을 가리키는 아침에서
모든 그림자가 당신을 호위하는 저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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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인』 2021-07월(02)호 <시-움>에서
* 양균원/ 1981년《광주일보》신춘문예 &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허공에 줄을 긋다』『딱따구리에게는 두통이 없다』『집밥의 왕자』, 연구서『1990년대 미국시의 경향』『욕망의 고삐를 늦추다』, 현)대진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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