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랑이
박남희
사람들은 배운 것이 짧고 늙수그레한 그를
모지랑이라고 불렀다
그는 매일 아침 싸리나무 빗자루로 마당을 쓸었다
마모될수록 더운 단단해지는 것들이 있다
마당을 오래 쓸어 몽당연필처럼 된 빗자루가
드디어 마당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도 쉬게 해독한 수 없는 저만의 글을
아주 확실하고 자신 마당에 썼다
부드럽던 빗자루 끝이 다 닳아서
낙엽이나 검불을 쓰는 대신
그동안 무수히 휘어지고 닳아지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빗자루 끝에서 무수히 닳아 없어진 그가
온몸으로 허공의 말을 배우고
짧아서 더욱 단단한
자신만의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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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인』 2021-07월(02)호 <시-움>에서
* 박남희/ 1996년《경인일보》신춘문예 & 1997년《서울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폐차장 근처』『이불속의 쥐』『고장 난 아침』『아득한 사랑의 거리였을까』, 평론집『존재와 거울의 시학』, 학술서적『한국 현대시와 유기체적 상상력』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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