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바위 먹돌
황명덕
장아찌를 담그고
곡물 갈 때나 보았던
단단하고 미끈한 돌덩이
먼지에 싸인 채 구석에서
묵언수행默言修行 중
출도出島할 때 딸려 온 먹돌
물티슈로 닦으니 먼지가 부옇다
마른 티슈로 문지른다
오석烏石의 검은 빛이 비로소 신령하다
오랜 잠에서 깨어나
포효할 것 같은 산 짐승
폭풍우 몰아치던
천붕지괴天崩地壞의 낮밤을
산비탈을 구르고
바닷길을 건너
부서지고 깨어지고
햇빛 달빛에 담금질한
물살의 아픔이
온몸에 추상화抽象畫를 그리며
묻는다
물 안에도 섬
물 밖에도 섬
너도
섬이지?
-전문-
해설> 한 문장: 외딴 바다에 놓인 대청도가 그렇듯, 대청도가 품은 독바위 먹돌과 '나'가 그렇듯, 모든 존재는 섬이다. 모든 존재는 홀로 자기 존재를 짊어지고 홀로 자신의 마음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삶의 시련과 폭풍우는 닮았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지질학적 시간 동안 대청도를 향해 몇 번이고 하늘과 땅을 조각낼 듯 폭풍우가 몰아쳤을 것이다. 그만큼 대청도의 고독은 벼려지고 단단해졌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자기 몫의 삶을 견딘다. 구르고 깨어지고 담금질 되는 저 육체는 한 존재의 몫이다.
그런데 홀로 고독하다고 말하는 것과 나란히 고독하다고 말하는 것 사이에서, 어떤 목소리가 좀 더 우리의 삶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줄까. 황명덕 시인은 섬과 독바위 먹돌을 향해 말 건네는 편을 택한다. 그가 너 또한 섬이냐고 물을 때, 독바위는 침묵으로 정확히 응답했을 것이다. 모든 존재는 삶과 고통에 관한 한 서로에게 침묵할 뿐이다. 어쩐지 그 침묵을 나누는 것이 삶을 좀 더 아름답게 느끼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그렇게 "물살의 아픔"이 깊어지며 유일무이한 고통의 "추상화"를 이루기도 할 것이다. (p. 시 24-25/ 론 154-155) (박동억/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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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대청도 바람일기』에서/ 2022. 5. 6. <리토피아> 펴냄
* 황명덕/ 2022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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