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김경복_김종삼 시의 의미(발췌)/ 꿈 속의 나라 : 김종삼

검지 정숙자 2022. 5. 31. 01:43

 

    꿈 속의 나라

 

    김종삼(1921-1984, 63)

 

 

  한 귀퉁이

 

  꿈 나라의 나라

  한 귀퉁이

 

  나도향

  한하운씨가

  꿈 속의 나라에서

 

  뜬구름 위에선

  꽃들이 만발한 한 귀퉁이에선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구스타프 말러가

  말을 주고받다가

  부서지다가

  영롱한 달빛으로 바뀌어지다가

     -전문-

 

  ▶ 김종삼 시의 의미_청각적 상상력과 심미적 유토피아 지향(발췌) _김경복/ 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그는 1921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보통학교, 중학교를 다니다 1938년 일본으로 건너가 풍조상업학교를 거쳐 동경문화원 문학과에 다녔던 전력이 있을 만큼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해방이 되고 남북 분단이 되자 그는 이북의 공산정권을 견디지 못해 1947년에 형 김종문과 함께 월남하고 만다. (형이 일제 강점기 일본 장교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 '반동 가족'이라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내려왔다는 말이 있다.) 이때 그는 이후 내내 그리워하던 어머니를 북녘에 두고 내려오고 만 셈이다. 생이별에 따른 슬픔과 뿌리를 잃어버린 감정은 그의 시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월남 이후의 생활은 가난과 병고에 짓눌려 평탄치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죽기 전까지 결혼 생활을 영위했음에도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하고 산동네 셋방에 살다 갔다 하니 그의 현실 생활의 곤궁함을 넉넉히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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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시는 환상의 세계가 얼마나 김종삼 시인에게 절실하고 아름다운 곳인지를 보여준다.  「꿈 속의 나라」에 보이는 이 세계는 "꿈 나라의 나라"로서 문학하는 "나도향/ 한하운씨"가 거주하고 있고, 정신분석 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구스타프 말러가/ 말을 주고받"는 참으로 예술적 아름다움이 충만한 곳이다. 거기에 그 형상이 아름답기로는 "뜬구름 위에선/ 꽃들이 만발한 한 귀퉁이"로 이루 말할 수 없이 찬란하여 이 세계의 현실은 모든 것이 "영롱한 달빛으로 바뀌어지"는 현상을 보인다. 시의 전면을 보면 절대적인 아름다움이 예술적 현상, 즉 환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것은 김종삼에게 예술적 환상이 갖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절대적으로 추구해야 할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다.

    (······)

  김종삼에게 환상의 세계는 무엇을 말함일까? 그것은 일차적으로 현실에서 오는 결핍을 보상하는 꿈꾸기와 같은 것일 것이다. 프로이트가 '꿈'을 억압된 욕망의 대리충족의 표상이라 한 것처럼 김종삼에게 환상은, 그리고 이러한 환상을 구체적 형상으로 보여주는 시와 음악은 그의 현실적 결핍을 채워주는 대리 표상인 것이다. 그것을 통해 현실적 삶에서 오는 고통과 예술적 허기를 달랜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p. 시 27-28/ 론19 // 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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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로 여는 세상』 2021-가을(79)호 <특집/ 100년의 시, 100년의 사상>에서

  * 김경복/ 문학평론가, 1991년 ⟪부산일보⟫ & 『문학과비평』 평론으로 등단, 저서『풍경의 시학』『한국 아나키즘 시와 생태학적 유토피아』『서정의 귀환』『생태시와 넋의 언어』『한국 현대시의 구조와 의식지평』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