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우체국
원양희
처음 보는 저녁이네요
처음 안아보는 어스름입니다
섬세하게 빠져나가는 빛살들
모든 것이 이토록 순간이네요
해변을 이루는 주상절리
억만년 시간의 지층을 밟고
수 겹의 사연을 봉인합니다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수평선처럼
못 다한 말들이 있겠지요
포말과 물결 아래 아득한
심해의 말 건져 올릴 수 있을까요
자꾸만 마음과 어긋났던 말
단 한번 고백 없이 날이 저물었네요
이리 몽매한 일 또 있을까요
저의 죄는 오직
열렬하게 사랑하지 않은 죄
어디로 닿을지 모르는 목메임
숨죽인 흐느낌이라는 우표를 붙입니다
부서져라 한없이 부서져라
억만년 전부터 파도였던 파도가
철썩철썩 소인을 찍고 있네요
노을빛이 수평선에 걸려
마지막 울음을 토할 때
멀리 멀리까지 보내는
이 간절한, 이 남루한
-『내일을 여는 작가』 2022-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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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브렐라Umbrella』 2022 · 봄-여름(3)호 <정예 시인 19인/ 근작시>에서
* 원양희/ 2016년『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사십계단, 울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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