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파도우체국/ 원양희

검지 정숙자 2022. 5. 28. 02:25

 

    파도우체국

 

    원양희

 

 

  처음 보는 저녁이네요

  처음 안아보는 어스름입니다

  섬세하게 빠져나가는 빛살들

  모든 것이 이토록 순간이네요

  해변을 이루는 주상절리

  억만년 시간의 지층을 밟고

  수 겹의 사연을 봉인합니다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수평선처럼

  못 다한 말들이 있겠지요

  포말과 물결 아래 아득한

  심해의 말 건져 올릴 수 있을까요

  자꾸만 마음과 어긋났던 말

  단 한번 고백 없이 날이 저물었네요

  이리 몽매한 일 또 있을까요

  저의 죄는 오직

  열렬하게 사랑하지 않은 죄

  어디로 닿을지 모르는 목메임

  숨죽인 흐느낌이라는 우표를 붙입니다

  부서져라 한없이 부서져라

  억만년 전부터 파도였던 파도가

  철썩철썩 소인을 찍고 있네요

  노을빛이 수평선에 걸려

  마지막 울음을 토할 때

  멀리 멀리까지 보내는 

  이 간절한, 이 남루한

    -『내일을 여는 작가』 2022-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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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브렐라Umbrella』 2022 · 봄-여름(3)호 <정예 시인 19인/ 근작시>에서

  * 원양희/ 2016『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사십계단, 울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