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카카포/ 송미선

검지 정숙자 2022. 5. 28. 01:57

 

    카카포

 

    송미선

 

 

  군더더기가 덕지덕지 붙어 무릎걸음으로 걷는 새가 있다네요 천적이 없어 나는 법을 잊어버렸다나요 개나 고양이를 벌뚱거리며 본다네요

 

  무릎뼈가 닳아버린 나는 걸음이 서걱거리네요 쫓기며 내달리느라 꿈 따위는 둔 곳을 잊어버렸으니까요 뿌리에서 태어나 가지 끝에 묻힌다는 전설이 풍선처럼 날아올랐어요 닿은 그곳이 새털구름이라면 깃털 하나 뽑을 수 있을까요 그곳이 쉬어갈 수 있는 숲속이라면 의자 하나 내놓아줄 건가요 첫울음이 깃털로 변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환절기의 재채기보다 가까울지도 몰라요 오답노트는 빨간 줄 투성이고 빈칸은 우물보다 깊었어요 앞이 감감하다고 어금니를 깨물고 버티는 게 대수는 아니잖아요 힘을 빼고 신발 끈을 고쳐 매어도 그 자리였어요 태어날 때 쥔 손금이 이정표였으니까요 서둘러 오늘을 마무리지었어요   

 

  이해한다는 말은 뒷담화보다 가벼워서 부리가 물러지네요 신기루를 향해 발걸음 옮기는 낙타의 행렬 끝에 카카포를 닮은 내가 뒤뚱뒤뚱 걸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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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브렐라Umbrella』 2022 · 봄-여름(3)호 <정예 시인 19인/ 신작시>에서

  * 송미선/ 경남 김해 출생, 2011년『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다정하지 않은하루』『그림자를 함께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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