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온 전화
이숙이
캐나다에서 잠시 다니러 온 큰 애가 아버지 뵈러 가서
"엄마, 아버지가 전화 바꿔 달래요" 한다
"이봐요, 그곳은 지낼만해요? 우린 다 잘 있어요 내가 갈 때까지 기다려요"
전화기 너머 그이가 잠든 무덤 옆 목련나무 잎 지는 소리만 둥글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성묘 중에 벌어진 정황을 제시하고 있다. 큰아들은 짐짓 고인이 된 아버지 전화라며 전화기를 화자에게 건네준다. 화자 역시 천연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여느 때의 통화처럼 고인이 된 그이와 대화를 한다. "그곳은 어떠냐고, 여기는 다 잘 있다"고, 또한 하세下世하면 자신도 이승에서처럼 함께할 거라고. 이처럼 시치미를 떼며 안부를 건네고 있다. 생과 사이 두 세계를 동일 시공간처럼 여기는 화자와 아들의 심적心的인 움직임 이 마음의 움직임이야말로 작품의 울림을 한층 고조시킨다.
그러면 성묘란 무엇인가. 어떤 의미인가. 여기서 시의 시공간 문제도 한번 짚어보자. (······) 흔히 성묘란 일상과 달리 신성神聖의 차원에서 행해지는 전통적 의식이다. 그래서 사자와 산 자 간의 교감이나 교류도 극적으로 이뤄진다. 우리가 이러한 전통의 배후문맥에 기댈 때 인용한 작품들은 그 울림이 강화될 마련인 것이다. 일상에서 끊어낸 히에로파니의 공간은 그래서 중요한 시적 의장意匠의 하나인 것이다. (p. 시 56/ 론 111) (홍신선/ 시인, 전)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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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붉은 가시』에서/ 2022. 5. 1. <현대시학사> 펴냄
* 이숙이/ 경남 고성 출생, 시집『바다로 가는 소금』『꽃들은 만개의 꿈을 반복한다』『누가 시간좀 빌려주세요』, 에세이집 『세상의 존귀하신 분들께』(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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