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탈입망坐脫立亡 외 1편
오세영
어느 가을 저물녘,
여름내 허공을 맴돌던 한 마리 고추잠자리가
바지랑대 하나를 골라 정좌하더니
날개를 편 채
자는 듯 생을 마감하였다.
순간,
반짝
투명한 그의 모시 장삼을 물들인
서천서역西天西域의 황홀한 노을빛.
하늘도 벽이었나.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화두 하나 쥐고 입적한 그
노스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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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옛 우리 선조들은 하늘로 가는 통신 수단에만 집착하였다. 그래서 수천 년 동안 비둘기나 전깃줄을 이용했거니 그러나 영악한 현대인들은 이제 발 아래 지하도 생각해 냈구나. 땅 밑으로 굴을 파서 통로를 내 벽을 뚫고 담을 타는 그 민첩한 발놀림. 닫힌 공간도 아무렇지 않게 잠입, 침투하여 숨은 정보를 탐색, 수집, 전달해주는 메신저란 실상 쥐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그러나 아직도 옛 선조들의 곳간庫間을 털던 습성은 잃지 않은 듯 오늘 어느 쥐 한 마리가 내 인터넷 뱅킹을 해킹하여 슬쩍 기백만 원을 훔쳐가 버렸다.
인류의 대 소망, 드디어 쥐의 가축화에 성공! 이제 인간에게 사육되어 거실이건 사무실이건 작업장이건 가가호호 제멋대로 설쳐대는 그 미키 마우스.*
-전문-
* mouse : 쥐,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는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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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갈필의 서』에서/ 2022. 4. 29. <서정시학> 펴냄
* 오세영/ 1942년 전남 영광 출생, 전남의 장성, 광주, 전북의 전주 등지에서 성장. 1965~68년『현대문학』지 추천으로 등단, 시집『시간의 뗏목』『봄은 전쟁처럼』『문 열어라 하늘아』『바람의 그림자』등, 저서『한국현대시인연구』『한국현대시 분석적 읽기』『한국낭만주의 시 연구』『시 쓰기의 발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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