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어떤 시간/ 이지호

검지 정숙자 2022. 5. 19. 01:45

 

    어떤 시간

 

    이지호

 

 

  다른 사람으로 대신할 수 있는 외로움과

  그 사람이어야 하는 그리움

 

  바람은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이 여기에 왔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시작된 우리의 변화

  아주 작은 순간순간들

 

  중환자실 앞 한 가족이 들어가 울며 나온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처럼

  굳게 닫힌 중환자실 유리창으로

  보이지 않는 당신의 시간을 찾았다

 

  참는 시간과  견디는 시간

  어떤 시간이 더 고통스러울까

 

  시간에 끌려가지 말고 끌고 가자고

  약속한 새끼손가락

  하도 깨물어 문드러진 손톱이 지난밤 꿈에 나타났다

 

  겨울은 겨울의 시간을 다 채우고서야 떠나겠다는 듯

  하찮은 스웨터 옷깃에 어쭙잖게 붙어

  여기까지 따라왔다

 

  묻고 가는 것은 아픔이고 품고 가는 것은 연정이라는데

  

  진실은 단순해서 아름답다는 말을 이제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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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사』 2021-겨울(108)호 <이 계절의 신작시 1>에서

  * 이지호/ 2011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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