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간
이지호
다른 사람으로 대신할 수 있는 외로움과
그 사람이어야 하는 그리움
바람은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이 여기에 왔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시작된 우리의 변화
아주 작은 순간순간들
중환자실 앞 한 가족이 들어가 울며 나온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처럼
굳게 닫힌 중환자실 유리창으로
보이지 않는 당신의 시간을 찾았다
참는 시간과 견디는 시간
어떤 시간이 더 고통스러울까
시간에 끌려가지 말고 끌고 가자고
약속한 새끼손가락
하도 깨물어 문드러진 손톱이 지난밤 꿈에 나타났다
겨울은 겨울의 시간을 다 채우고서야 떠나겠다는 듯
하찮은 스웨터 옷깃에 어쭙잖게 붙어
여기까지 따라왔다
묻고 가는 것은 아픔이고 품고 가는 것은 연정이라는데
진실은 단순해서 아름답다는 말을 이제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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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사』 2021-겨울(108)호 <이 계절의 신작시 1>에서
* 이지호/ 2011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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