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이해존
사다리가 오르지 못하는 곳에
어둠이 입구를 막는다
거울 속에서 출렁거리던 계단이 지나치는 벽을 뱉어낸다
봉인된 서랍장을 옮기다
지난 계절이 쏟아졌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불거진 힘줄을 오므려 현관 앞에 앉는다
적나라하게 빛나는 옷장 모서리가 쳐다본다
세상에 관심을 거두면 근심이 사라질까?
방 안에 숨죽이고 있던 자리를
하나씩 들어내자 소리가 울려 나온다
밤의 동물들은 동그란 동굴을 가졌다
어둔 현관 속에서 마주치던 충혈된 눈빛들
짓눌린 소리가 삐걱거리는 방문들
옮겨 갈 때마다 버려지는 책장 속에
사계절이 섞여 있는 장롱 속에
숨어 있던 침묵이 풀려나면서 빈방을 채운다
아슬아슬한 높이의 천장에서
길게 이어진 복도의 빈 공간에서
일순간 내지르던 소리들
억누른 마음을 비우고 나서 울음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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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사』 2021-겨울(108)호 <이 계절의 신작시 2> 에서
* 이해존/ 201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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