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어둔 바다
박민혁
모르겠어. 너는 다소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네 손을 잡아끌며 괜찮아 이거 다 꿈이야 한다. 전혀 기억나지는 않지만 많은 돈을 쓴 뒤였고, 물 쓰듯이 돈을 썼다고 해도 좋을 만큼이었다. 밤바다 앞에서였다. 나는 결국 너를 이곳에 대려오는 데 성공한 것이고, 이곳은 좋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그때였다. 네가 비명을 지르고 이어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은. 연이은 비명 뒤에 네가 흐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런 너를 흔들어 다독이고 있었다. 나뿐 꿈을 꿨어, 나쁜 꿈을.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다만 꿈일 뿐이라고 품에 안고 네게 말했다. 좁고 어둔 방 안에서였다. 나쁜 꿈이라니. 우리는 함께 밤바다를 걸었는데. 설마 그건 바다가 아니었던가. 네 꿈을 물을 여력도 없이 우리는 꿈 없는 잠에 빠져든다. 알아듣게 얘기한 것 같은데요. 작지만 분명한 말이 귓가를 짧게 맴돌았다. 눈부신 창으로 손바닥만 한 아침이 왔을 때 너는 그게 어떤 꿈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
* 『시사사』 2021-가을(107)호 <이 계절의 신작시 2>에서
* 박민혁/ 2017년『현대시』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열목어/ 김신용 (0) | 2022.05.18 |
|---|---|
| 파천 할매/ 조명제 (0) | 2022.05.18 |
| 벌레들의 승부/ 김추인 (0) | 2022.05.18 |
| 공갈 공화국/ 정겸 (0) | 2022.05.18 |
| 일용할 양식/ 고두현 (0) | 2022.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