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벌레들의 승부/ 김추인

검지 정숙자 2022. 5. 18. 01:32

<권말부록/ 2021 제7회 한국서정시문학상 수상시집 『해일』> 中

 

    벌레들의 승부

 

    김추인

 

 

  반들반들한 등짝으로 놈은 내 앞을 건너간다 유유히. 무얼 눈치챈 것 같다 청마루 위 한 줄 어둠의 틈서리 선을 따라 직진하다 말고 

  말끄러미 날 보는 듯 여차하면 날 수도 있다는 듯

  딱정 날개를 몇 번 들썩이다 유유히 진로를 바꾸는 저 터무니없는 용기라니 놈이 유입된 경로를 추적해 본다

  택배 박스? 장마의 습도?

  내 읽다 만 신문지의 외곽선을 따라가다 무슨 그늘진 습지인 줄 아는지 검은 사진 속 대권후보 입술 위에 앉았다 어쩜 놈은 쉬를 했는지도 모르지

  다시 마룻바닥을 기는구나 3분의 7박자로 유유히

  이노옴    앉아서 마룻장을 굴러 보지만 아무래도 놈이 눈치챈 것 같다 내 붕대 감은 다리를 엉금엉금 기는 내 처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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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사』 2021-가을(107)호. <권말 부록/ 제7회 한국서정시문학상 수상시집 『해일』>에서

  * 김추인(金秋仁)/ 경남 함양 출생, 198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모든 하루는 낯설다』『프렌치 키스의 암호』『행성의 아이들』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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