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양식
고두현
알 낳기 전 모기는
1초에 800번 날갯짓하며
제 몸 날려 애애애앵
피를 빨고
모기보다 열 배 큰 벌새는
1초에 90번 날개 치며
공중에서 부우우웅
꿀을 빨고
벌새의 이만 배나 되는 나는
1초에 한 번 치는심장에도
오만 생각 우우우우
벌렁거리고
하루 한 끼
밥 버는 일이 어찌 이리
다를까만
이마저 알에서 나와
날개 처음 파닥이던
그날처럼 떨리는 일
광속의 저 별빛도
지상의 방 한 칸
밝힐 때까지
날갯짓 수천만 번
심장도 그만큼
펄떡이며 뛰었으리
-전문-
◈ 시인의 말> 한 문장: 나무의 씨앗은 꽃과 잎, 가지와 열매를 거쳐 다시 땅속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미처 따라가지 못할 그들만의 비밀스런 순환고리를 통해 생과 사를 거듭하면서······. 미국 시인 조이스 킬머가 "시는 나 같은 바보들이 만들지만/ 나무는 하나님만이 만들 수 있다네"라며 "나무보다 아름다운 시를/ 내 다시 보지 못하리"라고 노래한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지나면 남녘에서 어린 칡 줄기가 봄 마중을 먼저 나올 것이다. 느티나무 햇가지도 연녹색 꽃자리를 꿈틀거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 나는 어떤 나무를 준비하고, 어느 숲에서 어느 만큼의 간격으로 내 그림자를 유지할지 벌써부터 곰곰 생각하고 생각한다. (p. 시 92-93/ 론100)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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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사』 2021-가을(107)호 <시사사 포커스 1/ 신작시_시인의 말>에서
* 고두현/ 시인,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늦게 온 소포』『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달의 뒷면을 보다』『남해, 바다를 걷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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