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을 끌어안다
김금용
가파른 산 위로 오를수록
너럭바위가 팔 뻗쳐 길을 막는다
제 안에 각을 부수고
잡아당긴다 끌어안는다
말 건넨 적 없고 표정도 없지만
긴 팔이 쑥 나온다
길 잃은 이도 불러들인다
호주머니에서 삐져나오는 카드 영수증
연락 끊긴 전화번호와 전하지 못한 쪽지
비집고 뛰쳐나갈 용기가 없어
귀갓길에 운전대를 잡고 내지르는 비명
다 털어버리라고 잡아당긴다
너락바위가 각진 모서리를 끌어안는다
빗물과 짠 눈물 바람으로 닳도록 두들겨
수직과 수평 그 틈새로 링거병을 꽂는다
진달래와 얼레지꽃, 붉은병꽃 수액을 넣는다
황사와 미세먼지에 앞길이 막막해도
북악산 도봉산 청계산 관악산 산마다
비집고 들어갈 뜨거운 혈을 만든다
각이 무너진다
봄이 둥그렇게 길을 연다
-전문-
▶ 길 위의 시간, 생명의 시학_김금용 시인의 시세계(발췌) _전해수/ 문학평론가
"각"으로 설명되는 "모서리"들의 "뜨거운 혈"은 '중심이 아닌 것들'의 핍진성을 뛰어넘어 "다 털어버려"야 할 "짠 눈물바람"과 "황사"와 "미세먼지"로 옥죄어 오는 비릿한 것들의 비루함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위 시에서 "모서리"로 표상되는 "각"은 무너지며, 마침내는 "길 잃은 이"의 "길"로 닿아 그 길을 열게 되는 역설적인 전환을 보여준다.
"각"은 너럭바위가 각진 모서리에서 발견한 이미지지만, 링거병, 황사, 미세먼지 등 앞길을 막는 모든 장애를 의미한다. 일상에서는 카드 영수증, 연락 끊긴 전화번호, 전하지 못한 쪽지도 "각"의 범주 안에 있다. 위 시 「각을 끌어안다」는 "각"이 무너지며 "봄"이 "각"을 여는 모습을 통해서 고난 극복의 절정을 드러낸다. (p. 시 92-93/ 론9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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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편견』 2022-봄(21)호 <FOCUS 특집/ 대표시/ 시 해설>에서
* 김금용/ 1997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각을 끌어안다』『핏줄은 따스하다, 아프다』『넘치는 그늘』등 다수
* 전해수/ 문학평론가, 저서『목어와 낙타』『비평의 시그널』『메타모포시스』『푸자의 언어』등, 현)상명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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