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세계
이승희
첨벙첨벙
꽃이 피고
드디어 나무에는 물고기가 가득했다
꽃송이 속으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쏘다녔고
나는 물 장화를 신고 정원을 쏘다녔다
해당화 그늘 속으로
헤엄치는 날들이 많아졌고
여름이 한참 지난 후에도
나의 놀이는 계속되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몰라서
멈출 수 없는 놀이
매일매일 사라지고 다시 생기는 별의 일에 대하여
날마다 멀어지는 일이 살아가는 일이라는 말에 대하여
잠든 것들의 모든 기척처럼 번지는 핏방울에 대하여
손을 숨길 주머니도 없이
벗어둔 물 장화 속으로 물이 가득 차서
배처럼 흔들리는 것을
모퉁이를 갖지 못한 채 살아와서라고 할 수 있을까
끝은 얼마나 아파야 제 끝을 다른 끝에게 내어줄까
쓰러져도 자꾸만 떠오르는 이 세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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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편견』 2022-봄(21)호 <시편이 초청한 시인의 신작시와 대표시Ⅰ/ 대표시>에서
* 이승희/ 1999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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