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별의별 일/ 김밝은

검지 정숙자 2022. 5. 14. 01:30

 

    별의별 일

 

    김밝은

 

 

  숫자로는 꽃다운 스무 살 즈음, 왠지 아름다운 거 같아 성가대에 폼만 세워 두었던 시절 내게 무슨 앞날이 있기는 할까 고민하던 때였는데 연예인 비슷하게 생긴데다 대학교에도 다니던 성가대 오빠 한 명이

 

  너는 마음만 먹으면 대학교보다 더한 곳도 열두 번은 갈 수 있을 거야! 내가 좀 보거든 손금을 쓰윽 훑으며 하는 말에 속으로는 코웃음을 치면서도 잘난 오빠라서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했는데 그 말이 명약이었던지

 

  허리를 굽혔다 폈다, 수없이 자맥질해오면서도 정성들여 쓴 계획표처럼 들어맞아 있는 별일인 그 말 덕분에 수십 년 만에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는 글자들과 씨름하고 있다

 

  사는 동안 자주 캄캄한 생각들이 내 어깨를 짓누르기도 했는데 지금껏 제대로 써본 적 없는 내 이력에 선명한 기록이라도 하나 남겨지려나 자꾸 세상으로 돌아가는 눈과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용기만 가상한 책가방을 메고 뒤뚱뒤뚱,

 

  녹슬어 삐거덕거리는 정신을 부여잡고 어찌어찌 시라는 별의별 태산을 오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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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편견』 2021-겨울(20)호 <시편이 초청한 시인의 신작시와 대표시 / 신작시>에서

   * 김밝은/ 1964년 전남 해남 출생, 2013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술의 미학』『자작나무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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