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 외 1편
-고모
최금녀
시루떡 한 덩이가 철조망 저쪽으로 넘어가면 미군 담요 한 장이 이쪽으로 넘어왔다. 바꿔 먹다 들키면 미군들은 허공에 공포를 쏘았고, 몸빼를 입은 고모는 수평선 반대 방향으로 주기 살기로 뛰었다.
그때 고모의 일용할 양식은 시루떡과 담요였다.
일진은 떼어보면 전쟁은 담요와 시루떡과
딱 맞아떨어지는 패였다.
아, 김일성대학에 다니는 아들 곁에서 살았으면 훨씬 더 행복했을 우리 고모.
한 달 후면 남북이 통일이 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던 우리 고모.
아, 업어 키운 막냇동생이 시키는 대로 거제도에 내린 우리 고모.
두 분 모두 하얀 뼈를 서로 다독이며
잃어버린 시간 속에 나란히 누워 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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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커피잔이 마룻바닥에 떨어졌다
아끼던 것
그는 깨지면서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벌겋게 충혈된 안개꽃 무늬들
책상다리의 살점을 저며내고
내 손가락에서도 피가 흘렀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서로 다른 세상의
낯선 기호가 되고 말았다
아끼던 것들은 깨지는 순간에
그처럼
얼굴을 바꾸는구나
순한 이별은 없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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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기둥들은 모두 새가 되었다』에서/ 2022. 4. 20. <한국문연> 펴냄
* 최금녀/ 함남 영흥 출생, 1962년『자유문학』으로 소설 부문 등단, 1998년부터 시 창작, 시집『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길 위에 시간을 묻다』외 6권, 시선집 2권, 일역시집『その島を胸に秘めて』, 영역시집『Those Pink H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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