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 , 외 1 편/ 최금녀

검지 정숙자 2022. 5. 14. 23:40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 외 1편

      -고모

 

    최금녀

 

 

  시루떡 한 덩이가 철조망 저쪽으로 넘어가면 미군 담요 한 장이 이쪽으로 넘어왔다. 바꿔 먹다 들키면 미군들은 허공에 공포를 쏘았고, 몸빼를 입은 고모는 수평선 반대 방향으로 주기 살기로 뛰었다.

 

  그때 고모의 일용할 양식은 시루떡과 담요였다.

  일진은 떼어보면 전쟁은 담요와 시루떡과

  딱 맞아떨어지는 패였다.

 

  아, 김일성대학에 다니는 아들 곁에서 살았으면 훨씬 더 행복했을 우리 고모.

  한 달 후면 남북이 통일이 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던 우리 고모.

 

  아, 업어 키운 막냇동생이 시키는 대로 거제도에 내린 우리 고모.

 

  두 분 모두 하얀 뼈를 서로 다독이며

  잃어버린 시간 속에 나란히 누워 있다.

    -전문-

 

   -------

    이별

 

 

  커피잔이 마룻바닥에 떨어졌다

  아끼던 것

  그는 깨지면서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벌겋게 충혈된 안개꽃 무늬들

  책상다리의 살점을 저며내고

  내 손가락에서도 피가 흘렀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서로 다른 세상의

  낯선 기호가 되고 말았다

 

  아끼던 것들은 깨지는 순간에

  그처럼

  얼굴을 바꾸는구나

 

  순한 이별은 없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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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기둥들은 모두 새가 되었다』에서/ 2022. 4. 20. <한국문연> 펴냄   

  * 최금녀/ 함남 영흥 출생, 1962년『자유문학』으로 소설 부문 등단, 1998년부터 시 창작, 시집『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길 위에 시간을 묻다』외 6권, 시선집 2권, 일역시집『その島を胸に秘めて』, 영역시집Those Pink H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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