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뼈/ 최금녀

검지 정숙자 2022. 5. 14. 23:26

 

     

 

    최금녀

 

 

  가을이 오고 있다

  뼈가 시린 가을

  고분의 뼈들은 안녕한지

 

  뼈에 구멍이 뚫리고

  무릎이 나갔다

 

  오 분 동안

  시린 다리 한쪽 흔들면

  구멍들이 보이고

  모래밭이 보이고

  길어지는 낙타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사막에 빠뜨리고 간 뼈들이 많다

  찾아봐도 만져지지 않는다

  종일 걷는다

 

  구멍 뚫린 뼈 하나가 말을 건다

 

  시를 버리고

  구멍을 버리고

  가방을 버리란다

 

  뼈가 나를 찾아다니는 꿈을 꾼다

     -전문-

 

  해설> 한 문장: 그렇다면 "구멍 뚫린 뼈"가 화자에게 전하는 "시를 버리고/ 구멍을 버리고/ 가방을 버리"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가방"은 일상적 삶, 사회적 활동, 학문적인 연구 등을 영위하거나 실행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존재의 외부적 활동을 환유하는 이미지이고, 이것을 "버리"라는 말은 존재의 외부성을 포기하고 내면성을 추구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시"는 일반적으로 주체가 존재의 외부성을 포기하고 내면성을 추구하기 위해 천착하는 창조 활동을 환유한다는 점에서, 이것을 "버리"라는 말은 존재의 내면성을 추구하는 행위조차도 자기 위안이나 과시가 될 수 있는 점을 경계하고 존재의 더 근원적인 본질로 외귀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은 근원적 존재성을 찾고자 하는 시적 주체의 무의식적 지향이 철저한 자기반성에 근거하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구멍 뚫린 뼈"가 화자에게 "구멍을 버리"라고 말하는 것은 주체가 철저한 자기반성을 극단까지 밀고 나가는 모습을 환유적으로 제시한다. 앞에서 분석한 대로 "구멍"은 "뼈"가 주체의 물질적 골격에서 벗어나 정신적 · 심리적 실재로 전이되는 데 매개로 작용하는데, 그 "구멍"조라 "버리"라는 말은 주체의 존재성이 물질적 골격에서 정신적 · 심리적 실재로 전이되는 과정에 대한 의식까지도 망각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시는 "구멍 뚫린 뼈"를 통해 존재의 외부성을 포기하는 데서 출발하여 내면성을 추구하는 행위도 포기하고 그것을 포기한다는 의식조차 망각하는 지점까지 나아가려고 시도함으로써 주체의 근원적 존재성에 근접하려는 무의식의 지향성을 보여준다. (p. 시 94-95/ 론 137-138) (오형엽/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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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기둥들은 모두 새가 되었다』에서/ 2022. 4. 20. <한국문연> 펴냄   

  * 최금녀/ 함남 영흥 출생, 1962년『자유문학』으로 소설 부문 등단, 1998년부터 시 창작, 시집『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길 위에 시간을 묻다』외 6권, 시선집 2권, 일역시집その島を胸に秘めて』, 영역시집Those Pink Ha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