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늑대가 사는 시 외 1편/ 김월숙

검지 정숙자 2022. 5. 12. 23:02

 

    늑대가 사는 시 외 1편

 

    김월숙

 

 

  당신의 시를 읽다가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당신의 시는

  무엇도 침입하지 못하는 밀실입니다

 

  늑대는 어디에 살고 있나요

 

  왼손에 시집을 쥐고

  오른손으로 탐색합니다

 

  늑대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 깊은 곳에 숨었을까요

 

  조심스럽게 다시 문을 열어봅니다

  꽃이 보이고 나무와 숲이 보입니다

 

  바람과 어둠의 노래 사이

  웅크린 당신이 보입니다

 

  어깨를 들썩이는 당신 등 뒤로

  깊은 동굴에서

  몇 천 년 고였던 소리가 들립니다

 

  다독이고 버려두었던 상처와

  감추고 누르던 절망이 소리 내어 웁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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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포진

 

 

  사막을 줄지어 건너는 대상의 행렬이

  언제 내 등짝을 건너갔을까

 

  돋보기를 들이대고 살피던 의사가

  대상포진이라고 한다

 

  굽히기 싫은 무릎이었지

  사내의 발길질에 쓰러진 늙은 낙타의

  커다란 눈동자가 그렁그렁했어

 

  붉은 모자를 쓴 발자국을 따라

  힘겹게 모래 언덕을 건너가는 늙은 낙타

 

  등줄기를 지나 어깨까지

  언젠가 꿇린 적 있는, 언젠가 또 꿇릴

  낙타의 붉은 발자국이 선명하다

 

  대상을 따라 어두운 사막을 건너가는 밤

  모래바람이  부는지

  늙은 발자국마다 화끈화끈 아리다

 

  낙타의 울음이 귀를 긁는다

  무릎을 꿇은 채

  죄를 닦는 밤이 너무 아득하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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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낯선 시간이 하얗게 빛난다』에서/ 2022. 4. 30. <시산맥사> 펴냄   

  * 김월숙/ 1998년『문예사조』로 등단, 시집『아직도 그가 서 있다』『달에 꽃피다』『그 발자국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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