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뼈를 만지다
박수현
난데없이 부어 오른 왼쪽 발목의 복숭씨가
복숭아처럼 발그레 익었다
의사는 벌써 몇 번째 주사기로 물을 빼낸다
복숭아, 나직히 중얼거리기만 해도
분홍빛에 오금 저려 덜컥 물러지던
솜털 보송보송한 때를 기억하고 싶어
사람들은 복사뼈를 복숭씨라 부르는 것일까
모자라거나 넘친 마음들은 가지를 떠나는 걸까
비온 뒤 단맛 빠진 낙과를 광주리에 주워 담던
여자의 물크러진 한나절에는
쪼글쪼글 벌레들이 하얗게 오글거렸다
그런 밤이면 원두막 시렁에 얹힌 달빛도
연분홍, 진분홍으로 짓물러졌다
과육 반점이 부풀어 오른다
꿈틀대는 씨앗을 쪼개 벌레를 끄집어낸다
꺼이꺼이 발목께에서 펌프질하는 복숭씨여
한 바가지 마중물이 퍼 올린 복숭앗빛에
여자는 두 발을 이리저리 포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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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편견』 2021-겨울(20)호 <시편이 초청한 시인의 신작시와 대표시Ⅰ/ 대표시>에서
* 박수현/ 경북 대구 출생, 2003년 계간『시안』으로 등단, 시집『운문호 붕어찜』『복사뼈를 만지다』『샌드페인팅』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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