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고래/ 이수익

검지 정숙자 2022. 5. 14. 01:03

<2021, 제1회 시와편견문학상 수상자/ 당선작> 中

 

    고래

 

    이수익

 

 

  고래는  

  바다 깊숙이 빠져서 흘러갈 때는

  고래는 무기명無記名의 흔적일 수 있고

  소속이 아예 빠져서 지워질 수도 있다

  고래는 허무 가까이서 잊힐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고래는

  갑자기 분노의 침을 얻어맞은 듯

  우쭐우쭐하다가

  하늘을 향하여 거친 수면을 뚫고 솟구쳐 오를 때가 있다

  

  번개처럼 전류에 몸을 감싼 듯

  단 몇 초간, 바다 위에 그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이때 고래는

  살아 있는 존재의 우울감을 한껏 뽐내면서

  싱싱한 야생의 이름을 하늘에다 새겨놓고 싶은 것이다

  단 몇 초간,

  바다 위에 생명의 환희를 빛내주고 싶은 것이다

  거대한 포유동물의 기백을 완연히 보여주려는 듯

  바다 아래를 흐르고 있는

  고래

     -전문-

 

    * 심사위원:  강희근  윤석산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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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편견』 2021-겨울(20)호 <제1회 시와편견문학상 수상자/ 당선작>에서

   * 이수익/ 1942년 경남 함안 출생,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우울한 샹송』『야간열차』『슬픔의 해』『단순한 기쁨』『그리고 너를 위하여』『아득한 봄』『푸른 추억의 빵』『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꽃나무 아래의 키스』『처음으로 사랑을 들었다』『천년의 강』『조용한 폭발』등, 시선집『불과 얼음의 콘서트』『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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