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풍년초/ 김월숙

검지 정숙자 2022. 5. 12. 22:40

 

    풍년초

 

    김월숙

 

 

  망할 망초라고

  쓰잘데기 없는 풀이라고

  들으면서 자랐지 그런 줄 알았지

 

  노란 꽃술에 하얀 꽃잎

  소꿉놀이에나 쓰던 달걀 꽃

  사금파리 위에서나 빛나는 줄 알았어

 

  망초 무더기로 피어

  쓰잘데기 없이 흔들리고 있는데

 

  풍년초 많이 피어

  풍년이 오겠다는 한 말씀

  허기진 머리를 때리네

 

  바짝 타들어가는 망초보다

  풍년을 가져온다는 풍년초

  들판이 환하게 열리네

     -전문-

 

  해설> 한 문장: "망할 망초" "쓰잘데기 없는 풀", 오래전에 시인이 익히 들어왔던 별 볼 일 없는 망초가 지금 눈앞에서 "무더기로 피어" 흔들리고 있다. 하잘것없고 어디 하나 쓸모도 제공하지 못하는 풀이 풍년을 가져올 풀이라 하니 화자는 "허기진 머리를" 얻어맞은 것이다. 풍년초 많이 피어 "들판이 환하게 열리"고 "풍년이 오겠다" 한다.

  오래전부터 전해들은 대로 쓸데없이 마구 피어대어 불필요한 것으로만 알던 것이,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말에 생각을 전환하는 시점이다. 아무런 희망조차 없을 풀로만 알았던 것에도 풍요로운 생명력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 풍년을 가져오는 기운이 그 생명체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냥 간과할 리 없다. 절망의 편견에서 벗어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절실한 풍경으로써 생성이 되는 들판, 앞으로 희망차게 다가올 풍년의 효과를 바라고 기대할 만한 일이다. (p. 시 102/ 론 125-126) (안은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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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낯선 시간이 하얗게 빛난다』에서/ 2022. 4. 30. <시산맥사> 펴냄   

  * 김월숙/ 1998『문예사조』로 등단, 시집『아직도 그가 서 있다』『달에 꽃피다』『그 발자국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