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네모시네 외 1편
변의수
상처 난 달은 분화구의 기억이 쌓여 있다. 몸은 기억의 덩어리이다. 그 어떤 기억이든 기억의 물방울은 몸의 빈 곳을 채운다.
죽은 자는 산 자의 몸에 있다. 몸은 영들의 공간이다.
지난 삶을 그리워하는 이는 새로운 삶을 그리워하지만, 기억을 버린 이는 다가올 삶을 기다리지 않는다. 탐욕은 기억을 망각한다. 그 어떤 탐욕만이 기억을 마비시킬 수 있다.
고통은 치유되어야 할 뿐, 지난 기억들이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 망각은 자신의 반을 지우는 일이다.
조금 일찍 일어난 일일 뿐, 산 자와 죽은 자는 함께 한다.
므네모시네! 기억의 여신을 기억하라. 기억을 지닌 자는 튼튼하다. 오직 지난 기억만이 사물들을 비춰준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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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햇빛 아래 반짝이는 가시! 황금의 가시는 몽환의 황무지를 수염을 깎지도 않고 몇 년을 걷고 또 걸어야 바위틈에서 잠깐 그림자나마 볼 수 있다. 하지만 황금의 가시는 마른 손가락에 핏방울을 남기고 이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이 황금가시 나무 이야기의 기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느 노인은 누구도 그 나무를 제대로 손에 쥔 이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그 노인이 황금가시 나무를 꺾었는지 역시 알려져 있지 않다.
황금의 가시를 잘못 다루거나 맹독을 이겨낼 수행이 없으면 눈을 잃고 광인이 되고 만다. 하지만 황금가시가 눈을 멀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눈을 멀게 하여 눈을 뜨게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시 보게 한다.
황금가시 나무의 이야기는 신비주의자의 허황된 전설 같은 것이 아니다. 과학은 황금의 가시가 비춰낸 그림자이다. 소리와 공기는 움직이는 하나의 사물의 다른 이름이다. 분명, 어딘가 황금가시 나무가 존재하고 그것은 어둠과 빛을 하나로 보게 한다.
황금가시에 찔린 자는 누구나 환각에 빠지고 만다. 나무와 바위의 그림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새의 날개와 인간의 영혼이 하나가 된다. 그들에게 현실과 꿈의 구별은 무용하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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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은유의 물리학』에서/ 2022. 4. 30. <상징학연구소> 펴냄
* 변의수/ 1955년 부산 출생, 1996년『현대시학』에 시 발표로 시단 활동 시작, 시집『먼 나라 추억의 도시』『달이 뜨면 나무는 오르가슴이다』『비의식의 상징: 검은 태양 속의 앵무새』등, 평론집『비의식의 상징: 환상의 새떼를 기다리며』『신이 부른 예술가들』『살부정신과 시인들』등, 시론집『비의식의 상징: 상상과 기호, 침입과 항쟁』, 미술평론집『서상환과 현대미술의 이해』, 예술평론집『사상환의 미술기호: 박상륭 소설과 변의수의 시···』, 『융합학문 상징학』Ⅰ·Ⅱ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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