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침묵의 입/ 나금숙

검지 정숙자 2022. 5. 7. 14:18

 

    침묵의 입

 

    나금숙

 

 

  수상생활하는 바자우족 마리아는 배 위에서

  셋째를 낳다 숨을 거두었습니다

  배 위에서 산 일생이

  그때서야 외딴 섬 깊은 흙 속에 안식했습니다

 

  음악 행상에게서 노래를 사서

  노란 비밀을 노래에 숨겼어요

  노래를 들으면

  비밀이 향기처럼 흘러나옵니다

  눈도 안 뜬 아기를 두고

  흙 속에 묻힌 마리아

  죽어가는 어린 돌고래를 등에 업고

  숨쉬게 하는 어미 돌고래

  말할 수 없는 것들은 침묵을 지켜야 합니다

  노래를 사서 노래에 침묵을 숨겼어요

  보호종료가 끝나 보육원을 떠나는

  열여덟 살 은이는

  어디로 가야 하지요?

 

  마음의 근육 기르기에 좋다는

  오래된 차밭을 찾아가는 길

  왜 슬픔을 먹는 포식자는 없는 걸까요

  새벽에 보는 죽은 이의 전화번호

  페북 속 환한 얼굴이

  깨달음은 늘 뒤늦게 온다고 속삭입니다

  고요한 시간

  시간의 등 뒤에 서  있으면

  침묵의 중얼거림

  침묵에도 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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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정신』 2022-봄(79)호 <신작시>에서

   * 나금숙/ 200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레일라 바래다주기』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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