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입
나금숙
수상생활하는 바자우족 마리아는 배 위에서
셋째를 낳다 숨을 거두었습니다
배 위에서 산 일생이
그때서야 외딴 섬 깊은 흙 속에 안식했습니다
음악 행상에게서 노래를 사서
노란 비밀을 노래에 숨겼어요
노래를 들으면
비밀이 향기처럼 흘러나옵니다
눈도 안 뜬 아기를 두고
흙 속에 묻힌 마리아
죽어가는 어린 돌고래를 등에 업고
숨쉬게 하는 어미 돌고래
말할 수 없는 것들은 침묵을 지켜야 합니다
노래를 사서 노래에 침묵을 숨겼어요
보호종료가 끝나 보육원을 떠나는
열여덟 살 은이는
어디로 가야 하지요?
마음의 근육 기르기에 좋다는
오래된 차밭을 찾아가는 길
왜 슬픔을 먹는 포식자는 없는 걸까요
새벽에 보는 죽은 이의 전화번호
페북 속 환한 얼굴이
깨달음은 늘 뒤늦게 온다고 속삭입니다
고요한 시간
시간의 등 뒤에 서 있으면
침묵의 중얼거림
침묵에도 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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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정신』 2022-봄(79)호 <신작시>에서
* 나금숙/ 200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레일라 바래다주기』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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