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탑
변의수
파스텔 톤의 노을이 물드는 저녁이다. 이번 작업물은 냉각탑이지만 관측소는 아니다. 예전의 냉각탑은 관측소이기도 했다. 관측소는 간결한 엄격함이 요구된다. 냉각탑의 설계는 정밀한 안전성이 요구되지만 이번 기획은 무엇보다 통일성과 자동성이 중시된다.
영혼은 물리적 성교로써 자신을 복제하지 않는다. 영혼은 생리학적 교배로써 증식하지 않는다. 영혼은 사물들의 사고를 통해 복제되고 증식한다. 냉각탑은 사물들에게 제시됨으로써 사물들의 영혼에 자신을 복제하고 증식시킨다.
시인의 텍스트는 냉각탑이 필요한 공장이나 원자력 발전소일 수도 있다. 그곳은 냉각탑이 필요하다. 언어의 냉각탑과 철구조물의 냉각탑은 기호 매체의 차이일 뿐, 영혼을 창조하는 일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냉각탑은 사물들에 대한 사고를 돕는 관측소였다. 하지만 두 번째 냉각탑은 첫 번째 관측소를 창고에 밀어 넣고 사물이 탄생하는 작업과정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냉각탑이 어디에 설치되고 무엇에 기여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그에 관한 설명은 운용자들의 상징 작업에 달려 있다. 그것은 영혼의 움직임이 드러내는 일이다.
덧붙일 건, 상세한 설명 자료는 냉각탑 안에 녹여 넣었다는 사실이다. 재창조나 모방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영혼은 언제나 그 자체로 유일무이한 독창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전문-
변의수론> 한 문장: 냉각탑/ 오랜 세월 우리 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냉각탑의 문제가 금단의 영역을 형성해왔음을 누가 부인할 수 있으랴. 다섯 권의 시적 텍스트에 나뉘어 은닉된 냉각탑 설계도에는 언어구조의 증식과정을 통해 결정적으로 사물을 대체하는 영혼의 상세흐름도가 기록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아무도그 추측을 확증하거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어볼 생각을 하지 못한다. 다만 비장한 모험의 길로 들어서는 영웅의 뇌간 깊숙이 장착된 냉각탑에 대해서만은,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어린 수학자가 이런 말을 남겼음을 짚어두자. "게임을 풀어가나는 느낌이어서 좋았어요." (p. 시 19/ 론 147) (성귀수/ 시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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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은유의 물리학』에서/ 2022. 4. 30. <상징학연구소> 펴냄
* 변의수/ 1955년 부산 출생, 1996년『현대시학』에 시 발표로 시단 활동 시작, 시집『먼 나라 추억의 도시』『달이 뜨면 나무는 오르가슴이다』『비의식의 상징: 검은 태양 속의 앵무새』등, 평론집『비의식의 상징: 환상의 새떼를 기다리며』『신이 부른 예술가들』『살부정신과 시인들』등, 시론집『비의식의 상징: 상상과 기호, 침입과 항쟁』, 미술평론집『서상환과 현대미술의 이해』, 예술평론집『사상환의 미술기호: 박상륭 소설과 변의수의 시···』, 『융합학문 상징학』Ⅰ·Ⅱ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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