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김효재_우리의 ○○○을 찾아서, ...(발췌)/ 코히마르에서 : 오세영

검지 정숙자 2022. 5. 7. 15:43

 

    코히마르에서

 

    오세영

 

 

  종적이 없는 그,

  대체 그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해안으로 밀려드는 파도는

  잔잔하기만 한데,

  포구에 살랑대는 바람은

  부드럽기만 한데

  구름처럼 수평선을 넘어갔을까.

  그가 다이키리 한 잔을 시켜놓고

  가끔 하오의 낮잠을 즐겼다는

  코히마르 포구의 카페

  라 테라자,

  창밖 카리브해의 수평선은

  푸르르기만 한데

  찰칵

  낮잠의 문을 열고 그는

  꿈속으로 건너갔을까.

  꿈속의 아프리카에서 꿈속의 사자를

  사냥하고 있을지 몰라.

  진실로 죽음을 피하는 길은

  죽음보다 먼저 자살을 감행하는 일,

  비록 파멸당할 수는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다는 그,

  그래서 스스로 어딘가 사라져버린

  우리의 헤밍웨이를 찾아······

     - 『시와정신』 2021-겨울호

 

  우리의 ○○○을 찾아서, 시작始作과 시작詩作(발췌)_김효재/ 문학평론가

  한 작가의 흔적을 더듬는 여정, 그 시의 말미에 적힌 "우리의 헤밍웨이를 찾아······"라는 구절이 오래 여운을 남긴다. 이 시 한 편에 담긴, 이 시가 열어준 우주에 대해서도여러 가지 의미있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마지막 구절의 "우리"가 준 설렘 때문에 이 시에서 추적하는, 또 되밟기하는 모든 것을 '우리의' 것으로 끌어오고 싶다. 그래서 "우리의" 뒤에서 "헤밍웨이"를 살짝 지우고 ○○○을 슬쩍 들이밀었다. 우리 시인들이 찾는 무엇이라도 여기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시인들이 찾는 무엇이든 응원한다.  

 

    (···)

 

  『시와정신』에 쓰는 마지막 계간비평이다. 계간 평에 쓰기 위해 옮겨 적은 시가 여느 때보다 많았고, 오래오래 기억해두고 싶은 시가 여러 편이다. 오래오래 잘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한편 한편 한 마디라도 적고, 한 줄이라도 더 인용하고 싶었으나 다른 때보다 더 많이 쓸 수가 없었다. 아쉬운 만큼 더 여러 번 읽고 기억해야겠다. 매번 일찍 보내리라 다짐하면서도, 매번 마감 시간을 넘기고 마는 것이 송구하여 이번만큼은 미리 원고를 보내리라 다짐했지만, 이번에도 늦고야 말았다. 다른 때보다 일찌감치 글을 쓰기 위해 서둘렀지만, 더 더디게 진행됐다. 면목 없고 죄송하다. 이런 불량한 필자를 인내로 기다려주시고, 그간 계간비평을 쓸 기회를 주신 『시와정신』에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큰절 올린다. 고맙습니다! 그동안 읽고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짐에 참으로 고마웠다. 마지막이, 어느 한 세계에서 떠나가는 느낌이다.

 

  안녕, 이 세상이여, 안녕. 우리 읍내도 잘 있어. 엄마, 아빠 안녕히 계세요.

  째깍거리는 시계도, 해바라기도 잘 있어. 맛있는 음식도, 커피도, 새 옷도, 따뜻한 목욕탕도, 잠자고 깨는 것도. 아, 너무나 아름다워 그 진가를 몰랐던 이 세상이여, 안녕. 

  - 손톤 와일더의 희곡 「우리 읍내」중에서

 

  이 시간 덕분에 시와 시를 쓰는 이들의 마음을 더 소중하게 마음에 담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참 고마운 시간이었다. 안녕! (p. 시 232-233/ 233 (···)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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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정신』 2022-봄(79)호 <계간비평>에서

  * 김효재/ 2016년 가을 『시와정신』에 「새로운 탄생을 위한 노래들  강은교론」으로 비평 부문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