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주머니는 울음을 감춘다
이인주
공기는 제 울음을 공중에 감춘다
미세한 먼지의 입자들이 부딪치는 자리엔
아야, 소리 대신 푸른 주머니가 만들어진다
주머니 안에서 입자들이 부서진 사금파리 잔해를
말똥구리처럼 팽팽히 궁글릴 때
스치는 바람소리가 아픈 것은 그 탓이다
꽃들의 웃음과 나뭇잎의 속삭임, 과일들의 향기는
더운 공기의 흔적을 사무치게 부풀린다
맑은 울음은 소리를 만들지 않는다
저녁 들판에 서면
거대한 보폭을 가진 공기 강물의
소리 나지 않는 발자국을 볼 수 있으리라
우리가 그 강에 발을 담그고
가느다란 흐느낌과 커다란 통곡을 풀어놓을 때
누선을 감춘 공기들은
주머니를 열어 울음을 주워 담는다
우리가 눈치 챌 수 없는 동안 공기주머니는
눈물의 잔해를 팽창시킨다
그리고는 아주 가볍게 들어올린다 세상의
어떤 울음도 그 주머니 안에 들어가서는 편안하다
한없이 부드럽고 흰 어떤 손이
솔기가 말린 주머니, 테두리를 훑고 지나갈 때
보이지 않는 실밥 같은 공기의 울음소리가
얼핏 고막을 흔들 것이다
저 공중에는
엄살의 무게로 더 아픈 우리의 울음을 먹고 자라는
풍선 같은 주머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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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편견』 2021-여름(18)호 <시편 신작시>에서
* 이인주/ 경북 칠곡 출생, 2003년⟪불교신문⟫신춘문예 당선, 2006년『서정시학』신인상, 시집『초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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