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페르소나
박창호
인중에 남은 마지막 미소의 흔적
가늘고 깊은 주름살 속에
어둠처럼 스미고
충혈된 두 눈 속 자음과 모음
뒤집히고 엎질러져서
소낙비처럼 쏟아지다 그쳐버렸다
죽은 햇살 머무는 자리마다
굳어진 혓바닥
닳아지고 뒤틀린 몸통
소리 없이 땅을 기며 살아온
설움 복받쳐
분출되는 아드레날린으로
온몸 뜨겁게 달아오른다
지난날 상처 되새김질하다
견고한 쇠창살에
갇혀버린 광대
오늘도 탈을 뒤집어쓰고
웃음을 덧칠한다
-전문-
▶ 시카고 시문학의 어제와 오늘 2(발췌)_송명희/ 문학평론가, 시인
「광대-페르소나」는 형식적 분류에서 자유시이다. 광대라는 제목에다 페르소나라는 부제를 붙인 까닭은 광대는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탈을 뒤집어쓰고 웃음을 덧칠하며 타인 지향적 삶을 산다는 의미일 것이다. 페르소나(persona)는 '외적인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에 의하면 나(ego)는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는 한편으로 나의 마음, 즉 내부세계와 관계를 맺도록 되어 있다. 외부세계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페르소나는 집단적으로 주입된 생각이나 가치관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집단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자아는 차츰 집단정신에 동화되어 그것이 자기의 진정한 개성인 것으로 착각하는데, 이것을 자아가 페르소나와 동일시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집단이 요구하는 역할에 충실히 맞추는 사람, 즉 집단이 옳다고 말하는 규범에 따라 사는 사람이 된다. 문제는 페르소나와의 동일시가 심해질 때 자아는 자신의 내적 정신세계와의 관계를 상실하게 된다. 이 시에서 '광대'는 탈을 뒤집어쓴 광대처럼 집단 사회가 요구하는 타인지향적 삶, 자아상실의 삶을 살고 있는 인간에 대한 상징이다. 광대로서의 삶은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소외시키며 쇠창살에 갇힌 광대처럼 탈을 뒤집어쓰고 남을 위해 웃음을 덧칠하며 사는 상처투성이의 삶을 의미한다. 시인은 광대의 타인지향적 삶에 대한 깊은 연민과 동정을 나타낸다. (p. 시 31/ 론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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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정신』 2022-봄(79)호 <우리 시대의 시정신 71>에서
* 송명희/ 1980년 『현대문학』으로 평론 부문 등단, 시집『우리는 서로에게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저서『페미니즘 비평』『트랜스내셔널리즘과 제외한인문학』『타자의 서사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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