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전쟁과 평안
송인자
암흑 속을 헤치고 선두로 전쟁터의 영웅처럼
깊은 고뇌의 무리를 몰고 나타났다
창과 벽에 북을 치며 달려들고
의자가 끌려 다니다 나동그라지는 소리에 놀라
한밤에 밖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예의 주시한다
나뭇가지가 사정없이 휘청거리고
흩어진 잎들이 못 견디어 이리저리 방황을 하겠지
이런 상황에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주님의 말씀으로 무장하고 있다
어지럽고 시끄러운 악의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보호받으며
나는 오리털을 목덜미로 끌어당기고 몰두하던 상처를 푼다
어머니의 자궁 안에 들어가 평안을 맛보며
안도감에 희열을 느낀다
편안한 숨을 내쉬며
잠자리를 인도하는
바람은 나의 경호원이었다.
-전문-
▶ 시카고 시문학의 어제와 오늘 2(발췌)_송명희/ 문학평론가, 시인
초자아(super-ego)는 원초아(id), 자아(ego)와 함께 정신을 구성하는 것으로, 프로이트에 의하면 양심의 기능을 담당한다. 즉 초자아는 원초아(id)로부터 발생하는 충동이나 자아의 활동을 감시하고통제하며 억압한다. 그것은 대체적으로 무의식적인데, 양심의 소리라든지 죄책감으로서 의식되는 측면도 있다. 슈퍼에고의 지나친 발달은 "암흑 속을 헤치고 선두로 전쟁터의 영웅처럼/ 깊은 고뇌의 무리를 몰고 나타났다"처럼 깊은 고뇌를 불러일으킨다. '전쟁터의 영웅'은 초자아가 지나치게 확장되어 자아를 지배하는 강력한 모습에 대한 비유이다. 그런데 양심의 개입에 따라 나타나는 고뇌와 고통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도 자아의 과제이다. 어느 정도의 초자아는 원초아를 억압하고 통제하지만 때로 초자아는 자기를 관찰하고 평가하고, 이상과 비교하고, 비판, 책망, 벌주기 등 다양한 고통스런 정서로 이끌기 때문에 지나친 초자아의 감시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건강한 자아를 잘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 화자는 주님의 말씀, 즉 기독교라는 종교로의 도피, 또는 신앙을 통해서 어머니의 자궁 안과 같은 평안을 획득하며 비로소 안도감과 희열을 느낀다. 기독교라는 종교는 초자아의 지나친 개입으로 인한 죄책감과 수치심 또는 세상으로부터 받은 나의 상처를 풀어주며 시인으로 하여금 내적 평와에 다다르게 만들어준다. (p. 시 52-53/ 론 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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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정신』 2022-봄(79)호 <우리 시대의 시정신 71>에서
* 송명희/ 1980년 『현대문학』으로 평론 부문 등단, 시집『우리는 서로에게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저서『페미니즘 비평』『트랜스내셔널리즘과 제외한인문학』『타자의 서사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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