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은어/ 권달웅

검지 정숙자 2022. 5. 6. 15:35

<2021.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시집/ 대표시> 

 

    은어

 

    권달웅

 

 

  나 여기 떠나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면

  청량산 육육봉 끌어안고

  굽이굽이 돌아나가는 낙동강 상류 물 되리

  어머니 쪽진 비녀만 한 은어가 되리

  하얀 외씨버선만 한 은어가 되리

 

  나 여기 떠나 자라난 곳으로 돌아간다면

  달밤에 올 고운 안동포 짜는 어머니 바디소리 만나리

  저 아득한 바다로 항해하는 수만 척의 배처럼

  힘차게 물살 가르며 거슬러 올라가

  가슴을 비추던 반짝이는 물 만나리

  꿈처럼 이슬 머금고 핀 들꽃 만나리

 

  나 여기 떠나 다시 살 곳으로 돌아간다면

  원앙이 새끼 쳐 나가는 저 먼 비나리 지나

  명경처럼 맑은 명호천 지나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가

 

  내 혈관이 가을 물처럼 맑아지도록

  강바닥 속 은모래 환히 비치는 청정한 마음으로 살리

  은어처럼 수박향기 나는 사람으로 살리

   - 수상 시집 『휘어진 낮달과 낫과 푸른 산등성이』 中

 

   * 심사위원: 이근배  윤석산  이태수  한영옥  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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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시인』 2022-3월(2)호 <2021년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시집> 에서 

  * 권달웅/ 197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해바라기 환상』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