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초
설도薛濤/ 김억 옮김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난 날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風花日將老 佳期猶渺渺/ 풍화일장로 가기유묘묘
不結同心人 空結同心草/ 불결동심인 공결동심초
▶『오뇌의 무도』와 번역의 근대/ 번역의 근대를 되돌아보며(발췌)_유성호/ 문학평론가
김억이 선도적으로 구상하고 실천한 '번역의 근대'를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그의 한시 번역 작품 하나가 김성태라는 작곡가에 의해 불후의 가곡으로 남은 것 하나를 순간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원작의 충실한 번역이라기보다는 '소위 김안서 식'의 창의적 번역이 이룬 눈부신 번역시이다.
(···)
이는 당나라 여성 시인 설도薛濤의 작품을 번역한 것이다. 『동심초』(1943)에 표제작으로 실렸고 해방 후에는 많은 대중들에 의해 애창 가곡으로 불렸다. 이 작품에서도 안서는 예의 '창작적 번역'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원작보다 더 좋은 번역시란 바로 이런 것일 터이다. 일찍이 「역시론譯詩論」(『대조』 1930. 9)에서 그는 “역시譯詩로써 원시의 가치를 평하거나 또는 원시로써 역시의 시비를 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라고 하면서 번역시의 "창작적 생명으로서의 독립성"을 완성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원시에 충실을 다하는 동시에 역자 그 자신의 개성에도 충실하여 시로서의 독립성이 없어서는 아니 될 것"이고 "불가능한 시역詩譯에는 역자 그 자신의 대담하다 할 만한 개성의 표현이, 시가의 독립성을 위해서 대단히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한 것이다. (p. 시 132/ 론 131 (···)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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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인』 2022-3월(2)호 <지상 특강> 에서
* 유성호/ 199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등단, 평론집『서정의 건축술』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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