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등/ 이홍섭

검지 정숙자 2022. 5. 4. 01:28

   

   

 

    이홍섭 

 

 

                              1

  남대천 다리 밑 포장마차에 낯익은 등 한 분이 홀로 앉아 있다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관령 칼바람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야 했다

 

  포장마차는 막 홍시빛으로 물들어갔지만

  아버지의 등은 미동도 없이 점점 더 잿빛으로 짙어만 갔다

 

                                     2

    컴컴한 극장 안에 낯익은 등 한 분이 섬처럼 앉아 있었다

 

  열 명 남짓, 저마다 섬처럼 앉아 있는 극장 안에는

  조조영화가 무료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까까머리 사춘기는 오랫동안 등을, 아니 큰 섬 하나를 바라보다가

  몰래 극장을 빠져나와 경포 바다로 달려갔던가

 

  아버지가 병가 휴직 중이었다는 사실은 먼 훗날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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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지션』 2022-봄(37)호 <POSITION 4/ 신작시> 에서

  * 이홍섭/ 1990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강릉, 프라하, 함흥』『숨결』『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터미널』『검은 돌을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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