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자학교
이학성
체득해야 할 여섯 가지 미덕이 있음을 배웠다
간절한 심중心中
꺾이지 않는 고집스런 펜.
고도의 집착,
투명하게 열린 귀,
균형 잡힌 시야,
종이 앞에서 격분하지 않는 냉정,
어느 것 하나라도 익힘에 소홀할 수 없는데
넷 이상을 갖춰야 도제
여섯을 이루어야 기록자라 호칭되며
그때서야 바람결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짓수를 헤아릴 수 있다고 한다
그 단계를 넘어서더라도
다른 여섯 관문이 기다리고 있는데
고쳐 쓸 줄 아는 부단한 인내,
찢어버릴 줄 아는 용기,
주체적 해석,
말 등에 올라탄 비유,
문장의 올바른 가치판단 외에
제 키 높이만큼의 눈물로 얼룩진 종이가 쌓여야
기록자학교를 졸업해
세상 속으로 나아가 필사에 헌신하는데
그떄서야 깊은 밤 강물이
뒤척이는 소리를 낱낱이 받아 적을 수 있노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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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지션』 2022-봄(37)호 <POSITION 4/ 신작시> 에서
* 이학성/ 1990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여우를 살리기 위해』『고요를 잃을 수 없어』『늙은 낙타의 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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