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기록자학교/ 이학성

검지 정숙자 2022. 5. 4. 01:12

 

    기록자학교

 

    이학성

 

 

  체득해야 할 여섯 가지 미덕이 있음을 배웠다

  간절한 심중心中

  꺾이지 않는 고집스런 펜.

  고도의 집착,

  투명하게 열린 귀,

  균형 잡힌 시야,

  종이 앞에서 격분하지 않는 냉정,

  어느 것 하나라도 익힘에 소홀할 수 없는데

  넷 이상을 갖춰야 도제

  여섯을 이루어야 기록자라 호칭되며

  그때서야 바람결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짓수를 헤아릴 수 있다고 한다

  그 단계를 넘어서더라도

  다른 여섯 관문이 기다리고 있는데

  고쳐 쓸 줄 아는 부단한 인내,

  찢어버릴 줄 아는 용기,

  주체적 해석,

  말 등에 올라탄 비유,

  문장의 올바른 가치판단 외에

  제 키 높이만큼의 눈물로 얼룩진 종이가 쌓여야

  기록자학교를 졸업해

  세상 속으로 나아가 필사에 헌신하는데

  그떄서야 깊은 밤 강물이

  뒤척이는 소리를 낱낱이 받아 적을 수 있노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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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지션』 2022-봄(37)호 <POSITION 4/ 신작시> 에서

  * 이학성/ 1990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여우를 살리기 위해』『고요를 잃을 수 없어』『늙은 낙타의 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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