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략된 안부
송미선
부음이 도착할 때마다 기억을 바꾸는 주문을 걸었어요 마법의 성으로 날아가는 새의 깃털을 훔쳤거든요 발부리에 걸린 돌멩이를 새가 날아간 쪽으로 힘껏 던졌어요 포물선을 그리다 떨어질 만한 곳에서 기다렸지만 그믐달이 걸린 나뭇가지에 매달렸어요 나무를 흔들어 봐도 꿈쩍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내가 흔들렸거든요 멀미도 중독성이 있나 봐요 습관적으로 흔들리다 보니 버릇이 되어버렸거든요 주먹 쥔 두 손을 호주머니 깊숙이 숨겼는데 소용이 없었어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뿌리째 뽑는 무리수를 뒀지만 실패는 실패를 낳더군요 나무 곁에만 가도 울렁거렸어요 나이테 바깥에서 멀미가 추임새을 넣었어요 퍼덕이는 새의 꽁무니를 쫓아 잰걸음으로 뒤따랐어요 뒷걸음질 치는 가로수를 세며 뛰었어요
약속 장소를 지나쳐버린 지 오래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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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지션』 2022-봄(37)호 <POSITION 4/ 신작시> 에서
* 송미선/ 2011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다정하지 않은 하루』『그림자를 함께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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