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족등照足燈*
이난희
만약에 실어증이 온다면
눈빛만으로도 우린 말할 수 있을 거야
불쑥 다가온 당신의 그 말이
어둠을 밀어낸다 길을 낸다
나는 나에게 조심해, 라고 말해주지 못했다
무수히 넘어지고 깨어지고 헛디디던 순간이 사방 살얼음처럼 박혀 있다
한 걸음의 다정이
한 걸음의 불안을 돌보며 같이 걸어가 준다
거저 온 쓸쓸함이
머리를 어루만지며 모르는 척 스쳐 간다
듬성듬성 늘어선 나무의 향내가 뒤를 돌아본다
그러니 불빛의 어깨에 손을 얹어준다고 흉이 될 수 없다
번지는 불빛을 뭉쳐
이리저리 굴리다 뒷걸음질 치면
어느덧 당신의 말은
저녁이 오기도 전에 다가와 어디론가 걷고 있다
살뜰히 살피는 제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전문/ p-55.
* 조선시대 밤길을 밝히기 위해 사용하던 등불
------------
*『예술가』 2022-봄(47)호 <신작시> 에서
* 이난희/ 2010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 『얘얘라는 인형』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상아가 사라지는 모잠비크/ 강인한 (0) | 2022.05.03 |
|---|---|
| 희망적 거짓말/ 유안진 (0) | 2022.05.02 |
| 백야/ 정혜영 (0) | 2022.05.02 |
| 고광식_현상을 치유하는 착란의...(발췌)/ 죽음의 집 : 조연호 (0) | 2022.05.01 |
| 제야/ 김영주 (0) | 2022.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