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조족등照足燈*/ 이난희

검지 정숙자 2022. 5. 2. 02:46

 

    조족등照足燈*

 

    이난희

 

 

  만약에 실어증이 온다면

  눈빛만으로도 우린 말할 수  있을 거야

 

  불쑥 다가온  당신의 그 말이

  어둠을 밀어낸다 길을 낸다

 

  나는 나에게 조심해, 라고 말해주지 못했다

 

  무수히 넘어지고 깨어지고 헛디디던 순간이 사방 살얼음처럼  박혀 있다

 

  한 걸음의 다정이

  한 걸음의 불안을 돌보며 같이 걸어가 준다

 

  거저 온 쓸쓸함이

  머리를 어루만지며 모르는 척 스쳐 간다

 

  듬성듬성 늘어선 나무의 향내가 뒤를 돌아본다

  그러니 불빛의 어깨에 손을 얹어준다고 흉이 될 수 없다

 

  번지는 불빛을 뭉쳐 

  이리저리 굴리다 뒷걸음질 치면

  어느덧 당신의 말은

  저녁이 오기도 전에 다가와 어디론가 걷고 있다

 

  살뜰히 살피는 제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전문/ p-55.                                      

 

   * 조선시대 밤길을 밝히기 위해 사용하던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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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 2022-봄(47)호 <신작시> 에서

  * 이난희/ 2010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 『얘얘라는 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