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정혜영
별, 꽃, 빛, 첫
눈을 감으면 나타나는 한 글자에 담긴 무한, 꽃은 활짝 죽어가는 목소리의 다른 이름, 아름다움에는 제물이 필요해 겨울밤은 푸르고 편도선이 부은 네 손은 차갑고 파열음으로 서쪽을 견딘다
백야의 하늘 아래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이야기들이 미열로 나를 지나간다 한 사람이 통증과 상처가 자라나서 잎맥이 가지를 뻗어나가고, 돌아가고 싶지 않아, 골목길은 구부정하고 다정해서 발목이 휘청거린다
발아래 어둠이
다 뭉개져서 아무것도 없는데도 붉은 벽돌 담장을 넘어가는 저녁의 옷자락들, 버림받은 영혼은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 변방을 서성이고 하늘의 별들은 흔들려서 반짝이고
그러나
그래서
밤도 낮도 없는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으로
결국은 미친 사람들 몇이 제 목숨을 스스로 거두듯이 백야의 별 하나, 눈먼 하늘에서 폭발하며 사라진다 캄캄한 대낮을 버텨주는 빛, 어쩌자고 맨정신으로 이렇게 그 빛을 마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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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 2022-봄(48)호 <신작시> 에서
* 정혜영/ 2006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 『이혼을 결심하는 저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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