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왼쪽 채널/ 이재훈

검지 정숙자 2022. 5. 1. 01:25

 

    왼쪽 채널

 

    이재훈

 

 

  복도엔 닫힌 문이 가득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침묵을 가르는 눈이 있다.

  문을 가만히 들여다볼 때마다

  작은 고양이들이 얼굴을 할퀸다. 

 

  구름이 태양을 움켜잡았다.

  태양은 서서히 피를 흘린다.

 

  하늘은 끊임없이 내장을 쏟아낸다.

  평생 소리치며 흘러넘치는 운명.

 

  슬픈 노래가 복도에서 들려왔다.

  왼팔이 없는 외투를 보았다.

 

  빈소엔 비늘이 드리워졌다.

  세상의 말들이 방 안에 가라앉았다.

 

  새들의 비명이 반짝거리며

  블루투스와 뒤엉켰다.

 

  타락한 소리가 두 개로 갈라져

  편을 가르고 풍문을 만든다.

 

  퍼덕이지 않고 고여 있는 복도

  음파가 둥둥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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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가』 2021-겨울(47)호 <신작시> 에서

   * 이재훈/ 1998년『현대시』로 등단, 시집『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명왕성 되다』『벌레신화』『생물학적인 눈물』, 저서『현대시와 허무의식』『딜레마의 시학』『부재의 수사학』, 대담집『나는 시인이다』